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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청년정책 컨트롤타워인가
청년 문제는 어느 하나의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어떤 정책을 만들 것인가'보다 '누가, 어떻게 정책을 연결하고 조정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시대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청년사업 몇 개가 아니라 흩어진 정책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는 청년정책 컨트롤타워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컨트롤타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지난 5년의 컨트롤타워,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남았나
2019년 청와대 청년정책관실 설치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 운영을 시작으로, 2020년 「청년기본법」 시행과 함께 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를 계기로 국무조정실은 범정부 청년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공식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과 부처 간 협업을 이끌어 왔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존의 컨트롤타워 체계를 유지하면서 각 부처 청년보좌역, 2030 청년자문단 등을 운영해 청년의 정책 참여를 확대했다. 정책을 조정하는 기능은 국무조정실이 담당하고, 청년의 목소리를 각 부처 정책에 반영하는 참여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공모를 통한 청년비서관 채용을 시작으로 비서실장 직속 '청년미래비서관실'을 신설해 청년의 미래전략과 정책을 전담하도록 했으며, 기존 청년담당 기능도 이 조직으로 재편했다. 또한 대통령실 청년 펠로우십 운영 등을 통해 청년의 국정 참여를 확대하는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청년기본법」 개정을 통해 기존 청년재단을 청년정책진흥원으로 개편하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정책 연구와 평가, 지방정부 지원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읽히지만, 진흥원이 국무조정실을 대신하는 컨트롤타워가 될 것인지, 연구·지원기관으로 정립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보이며, 향후 제도 설계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지난 5년은 청년정책의 제도와 참여 기반은 꾸준히 확대됐지만, 기존 국무조정실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더욱 실질적이고 강력한 조정기구로 발전시킬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연합뉴스는 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300여 개에 이르는 청년정책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조정하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최근 전문가들은 청년정책을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설계할 것이 아니라, 교육에서 노동시장으로, 독립과 자산 형성, 가족 형성과 지역 정착에 이르는 '생애이행(Transition)'의 과정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청년을 특정 연령대가 아니라 사회에 진입하고 정착해 가는 생애주기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결국 앞으로의 청년정책 컨트롤타워 역시 개별 사업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며 부처 간 정책을 연결하는 국가 거버넌스로 발전해야 함을 시사한다.
왜 청년의 삶은 바뀌지 않는가
현재 정부의 청년정책은 일자리, 창업, 주거, 금융, 교육, 복지, 문화, 참여 등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2017년 76개 수준이던 정부 청년정책 과제는 현재 280여 개 이상으로 늘었고, 관련 예산 역시 약 30조 원 규모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은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한다. 청년 주거는 국토교통부, 일자리는 고용노동부, 창업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은 금융위원회, 복지는 보건복지부, 문화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한다.
이는 행정적으로 자연스러운 구조이지만, 청년의 삶은 행정조직처럼 나뉘어 있지 않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일례로, 취업이 늦어지면 독립도 늦어진다. 독립이 늦어지면 결혼과 자녀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면 수도권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지역소멸 문제와도 연결된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쉬었음 청년' 역시 마찬가지다.
쉬었음 상태는 단순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고립·은둔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 정신건강 문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취업 실패 등 다양한 원인과 결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청년 문제는 하나의 용어나 하나의 개념만으로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융합 행정 과제인 것이다.
부처 신설 보다 부처 간 장벽을 허물 거버넌스가 우선
일각에서 장관급 전담부처 신설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전담부처는 상징성과 책임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청년정책의 핵심은 새로운 부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부처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성평등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성평등가족부가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성평등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은 고용노동부가, 안전은 경찰청이,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등 각 부처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청년정책도 다르지 않다. 일자리, 주거, 교육, 금융, 복지, 정신건강, 지역정착 등은 각각 다른 부처의 소관이지만, 청년의 삶에서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청년정책 컨트롤타워는 직접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부처 간 협업을 이끌고 정책을 통합·조정하는 국가 청년거버넌스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한국형 청년정책 컨트롤타워'의 바람직한 모델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델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의 강력한 중앙 청년정책 컨트롤타워를 상설화해야 한다. 현재 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범정부 청년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보다 실질적인 정책조정기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하고 중복사업을 정비하며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청년정책 종합 평가위원회와 같은 정책평가 기능도 별도의 임시기구에 맡기기보다, 상설 컨트롤타워가 지속성과 전문성을 갖고 수행하는 체계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청년정책진흥원은 '집행기관'이 아니라 국가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청년기본법」 개정을 통해 청년정책진흥원이 출범한다면, 그 역할은 정책을 직접 수행하거나 사업을 확대하는 데 있기보다 연구·평가·데이터 분석·국제협력·지방정부 정책 지원 등 정책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책의 집행은 각 소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진흥원은 근거 기반(Evidence-based)의 정책을 생산하고 성과를 분석하는 독립적인 연구기관으로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전국의 청년 문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청년현황 대시보드(가칭 '청년문제 현황판')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별 취업, 주거, 고립·은둔, 부채, 인구 이동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정책결정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중앙청년지원센터와 전국 청년센터에서 축적되는 현장 데이터와 정책 수요를 함께 연계해, 중앙의 정책 결정과 지역의 정책 집행이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청년 참여를 자문 수준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청년정책심의조정기구, 청년참여기구, 청년자문단 등 현재 운영 중인 다양한 참여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정책의 기획부터 집행, 평가까지 청년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참여가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다섯째, 무엇보다 정량평가를 넘어 정성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정책 평가는 예산 집행률, 참여 인원, 만족도 조사 등 수치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년 문제는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왜 대상자임에도 정책을 신청하지 않았는지, 왜 그 지역을 떠났는지, 왜 사회와 단절됐는지에 대한 삶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
생애전환(Transition)을 지원하는 국가 플랫폼으로
청년정책 컨트롤타워가 단순히 청년만을 위한 조직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청년은 어느 날 갑자기 청년이 되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청년이 아닌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후기 청소년에서 사회로 진입하고, 취업과 독립을 거쳐 가정을 이루고 지역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하나의 연속된 생애주기다.
현행 「청소년기본법」은 24세까지를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청년기본법」은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24세의 대학생과 25세의 사회초년생의 삶은 단절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34세가 되는 순간 주거와 자산 형성, 결혼과 육아, 지역 정착의 고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미래의 청년정책 컨트롤타워는 '청년'이라는 연령을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생애전환(Life Transition)'을 지원하는 국가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후기 청소년이 학교에서 사회로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청년기에는 취업·주거·창업·자산 형성을 지원하며, 청년 이후에는 지역 정착과 가족 형성, 경력 전환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생애주기 간 '중간 다리(Bridge)'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청년정책 컨트롤타워 역시 이러한 철학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이름이나 형태가 아니라 기능의 명확한 분담이다. 중앙의 컨트롤타워는 범정부 정책을 총괄하며 부처 간 협업과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전문 연구기관은 정책 연구와 성과평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근거 기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청년정책은 지속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출 수 있다.
청년을 위한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삶이 사회에 진입하고, 성장하며, 지역에 정착하는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하는 정책. 그것이 앞으로 대한민국 청년정책 컨트롤타워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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