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택 문파 음모론에, 문파 “尹 찍으면 대변인 때문”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3.9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간의 갈등이 갈수록 격해지는 양상이다.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최근 이 후보가 욕설을 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문 대통령 강성 지지층인 ‘문파’가 제작·배포할 것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문파에게 십자포화를 맞았다.
20일 현재 친문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증거 있냐”, “문파 머리채 잡지마라”, “물타기 하지마라”라는 등 반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는 것.
앞서 현 대변인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가 이른바 딥페이크란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합성 기술을 이용해 이 후보가 욕설을 내뱉는 장면을 설 연휴 전 배포할 계획임을 포착했다”며 “소위 문파로 불리기도 하며 똥파리로 비하 받는 일부 세력에 의해 자행될 것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여기에 방송인 김어준씨도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이 후보 관련 딥페이크 영상이 있다며 현 대변인 음모론에 힘을 실어줬다.
현 대변인은 또 ‘김건희 여사님. 문파는 이런 영부인을 원했다. 문파는 윤석열을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공유한 뒤 “제작자는 더레프트. 문파 단체방, SNS에 올린 것입니다. 어디까지 갈까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더레프트는 이날 “해당 이미지는 정체불명의 사칭 계정이 만든 것. 본인과 무관한 이미지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당의 대변인이라는 직책에 있는 자가 사실관계를 확인도 하지 않고 개인을 상대로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건 가벼이 넘기기 어렵다”며 “민주당 현근택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현 대변인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더레프트는 전날 “윤석열 찍으면 현근택 너 때문인 줄 알아라”라는 적힌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했다. 이 포스터는 친문 커뮤니티뿐 아니라 친윤(친윤석열) 커뮤니티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포스터는 이날 현재 15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200건 리트윗됐다.
다른 친문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분노가 터져 나왔다. SNS에서는 “모든 걸 다 문파 탓으로 돌리기로 했느냐” “윤석열 후보 공격하느라 바쁜데 이재명 딥페이크 만들 시간이 어디 있냐”는 등의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민주당 내부 친문 성향의원들도 현 대변인의 음모론을 비판했다.
김효은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현 대변인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강성 친문 지지자라고 특정한 건지 설명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음모론은 증명되지 않는다. 정말로 확실하게 딥페이크 영상이 나왔을 때 그걸 대응하면 모를까”라며 “굳이 그 논쟁을 연장시켜서 새로운 이슈거리를 만들어주는 그런 말은 안 보태는 좋을 것 같다”고 가세했다.
정청래 의원이 ‘이핵관’으로부터 탈당을 권유받았다고 폭로한 것 역시 친문-친이 갈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해인사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의 거센 항의를 받는 정 의원은 18일 늦은 밤 페이스북에 “이핵관(이재명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 찾아왔다”며 “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윤핵관’ 논란에 빗대 이 후보 측 인사를 ‘이핵관’으로 지칭하며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에서는 “정 의원 문제를 수습하느라 후보와 당이 얼마나 애를 먹고 있느냐”며 특히 ‘문고리 권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한 ‘핵관’ 표현을 쓴 데 대해 “선을 넘었다”고 격앙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30%대 박스권 지지율을 탈출하지 못하는 이 후보 측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반면, 친문 일각에서 후보 교체론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전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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