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오영환, “개정안 처리, 직회부 절차대로 진행될 것”
[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가 직회부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양곡법은 사전에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국회법에 따른 적합한 절차를 거쳐 본회의 부의 요구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양곡관리법을 놓고 여야 견해차로 파행을 빚었다.
오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어제 법사위가 열렸는데 양곡관리법을 법안 2소위로, 위원장 직권남용으로 회부하는 행태를 보였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방송법, 간호법 등도 법안 2소위로 회부하는 굉장히 문제 있는 조치들을 함으로써 저희당도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 2소위 직권남용 회부와 관계없이 양곡관리법은 사전에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국회법상 적법한 절차, 의결을 정확히 거쳐서 본회의 부의가 요구된 상태였다. 본회의 요구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내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지 여부를 무기명으로 표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법안 2소위에 회부하는 건 다시금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2021년 국회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원장의 직권남용과 관계없이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정확하게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김도읍 위원장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곡법을 법안심사 2소위에 회부했다. 양곡법 자체가 모순점이 있는 만큼 법사위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양곡법은 가격이 5% 이상 떨어지거나 수요 대비 생산량이 3%를 넘어가면 정부가 무조건 쌀을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벼 짓는 농민들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부·여당에선 조 단위의 세금이 투입되는 데다 쌀 과잉 생산이 우려된다면서 반대해왔다. 이와 관련해 김도읍 위원장은 “정부에서 시뮬레이션(예측)해보니 쌀값이 해소가 안 되고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걸로 나왔다”며 “(소위에서) 심도 있는 토론으로 결론 내려달라”고 했다.
여권은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내용에 하자가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쌀값을 안정시키려면 생산량을 감소시켜야 한다. 즉 ‘작물 전환’이 돼야 한다”며 “하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작물 전환을 하면 정부가 또 지원해 준다고 돼 있다는 점에서 큰 모순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남는 모든 쌀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입법을 개정하는 것은 헌법 기본 질서와 평등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다른 농업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상임위 논의와 의결 과정에서도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통과될 때 (민주당은) ‘재적 5분의 3’ 요건을 채우기 위해 ‘무늬만 무소속’ 의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농해수위 직회부 의결 당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민주당(11명)과 민주당 출신 윤미향 무소속 의원 찬성으로만 통과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본회의 부의 절차에 들어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발목 잡히자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장 독재”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지난달 28일 상임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양곡법 처리는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곧장 넘기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법사위 패싱’에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미 제명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까지 끼워 넣으면서 논란이 됐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양곡법은 지금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며 “왜 지금에서야 법사위에서 토론하자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당 권인숙 민주당 의원도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폭거”라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양곡법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한 게 문제냐. 아니면 소위에 회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각자고 결정한 게 문제냐”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법사위 전체회의는 파행됐다. 집단 퇴장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권은) 검찰 독재로도 성이 차지 않는지 위원장 독재까지 감행했다”면서 “양곡법의 법안심사 소위 회부는 원천 무효”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민주당 뜻대로 양곡법이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본회의에 곧바로 넘겨진 법안은 30일이 지나면 자동 표결에 부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 마음대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여당으로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외에는 양곡법 시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앞서 국민에게 호소하는 차원에서 ‘1차 저지’에 나선 것”이라며 “지금의 국회에선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를 저지할 만한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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