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연성독재’ 위험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6-01-28 14: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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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뜬금없이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그다음 날 “민생 법안을 최대 100개 처리하는 방향으로 야당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입법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검찰개혁법안과 특검법 등 민생과는 무관한 법안에 대해선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처리했던 이 대통령이 국회 핑계를 대는 것도 우습거니와 그런 이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허겁지겁 민생 법안 100개를 처리하겠다고 설치는 집권당의 꼴도 정말 가관이다.


    물론 22대 국회의 법안 처리 비율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것은 틀림없다.


    이 대통령이 “정부 출범 8개월이 다 되어 가도록 기본적인 정책 방침에 대한 입법이 20%에 그치고 있다”라고 지적한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야당 탓은 아니다.


    입법이 느린 이유는 민생 법안에 대한 야당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이 이 대통령 방탄과 법치 질서를 정면으로 흔드는 법안들에만 집착한 때문이다.


    그런 법안들에 대해선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콧방귀라도 뀐 일이 있었는가. 그냥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는가.


    민생 법안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소수 야당이 무슨 힘이 있어 그걸 저지하겠는가.


    그런데 그동안 민주당은 그런 법안에 대해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실제로 민주당은 검찰청을 사실상 해체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 내란 재판부 설치법, 심지어 친여 시민단체들조차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까지, 논란과 갈등만 키운 법안들 처리에만 정신이 팔리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마치 민생 입법 지연의 책임이 야당에 있는 것처럼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빛의 속도’로 얼렁뚱땅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태도다.


    이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민생 법안 100개를 단 하루 만에 처리하겠다니 제정신인가.
    100개의 법안을 어떻게 하루 만에 논의를 마칠 수 있다는 말인가.


    법안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그것이 국민의 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논의하려면 하루에 한 개 법안을 처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무려 100개를 하루 만에 처리한다니 졸속 입법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권력자가 속도를 이유로 정당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야당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그건 독재다. 정당한 입법이라는 가면을 쓰고 행하는 ‘연성독재’다.


    민주주의 피로감을 교묘히 이용해 “복잡한 절차보다 효율을”, “자유보다 안정과 질서”를 외치며 권위주의적 지도자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야말로 연성독재의 표본이다.


    그걸 하라는 게 이재명 대통의 뜻이고 그걸 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태도라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형적으로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효율적인 정부”라거나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는 리더십”이라는 포장으로 사실상 연성독재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 이재명 정권의 ‘신형독재’에 맞서 국민이 나서야 한다. 힘없는 소수 야당에만 맡겨선 안 된다.


    연성독재 치하에서 사법은 인사권·예산권으로 권력 친화적으로 변하고,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낙인과 온라인 여론의 폭력 속에서 자율적 검열이 자리 잡게 된다.


    그런데도 이 모든 것이 외형적으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국민은 이를 독재로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갈 위험성이 있다.


    총칼로 이루어졌던 과거 군부 독재보다 법치의 탈을 쓴 연성독재가 더 위험하다. 따라서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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