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무죄"

    사회 / 홍덕표 / 2023-10-26 14: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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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어"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에 대해 대법원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는 26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각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허위 사실을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5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35곳 표현 가운데 11곳은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게 맞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우선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 연구 윤리를 위반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위의 결과라거나 논지나 맥락과 무관한 표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박유하 교수는 판결 후 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해결 방법에 대한 지원단체의 주장에 대해 검토한 책인데, 검사는 지원단체의 '법적 해결'이라는 주장을 부정하지 않았느냐며 저를 매국노 취급했다"며 "지원단체 주변인들이 만들고, 국민의 상식이 되고 국가의 견해가 돼 버린 생각에 이견을 제시했다고 해서 고발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강제연행을 부인했다는 것은 커다란 오해"라며 "제가 시도한 것은 양극단을 비판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한 일이다. 지원단체의 사고나 활동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는 것이 '제국의 위안부'가 제시하는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박유하 교수의 입장 전문

    대법원 판결에 부쳐

    2014년 6월에 명예훼손 고발을 당했습니다. 제가 굳이 ’고소‘아닌 ‘고발‘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미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는 것처럼 이 싸움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저와의 싸움이 아니라 할머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저와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판결이, 그 사실이 보다 명확히 인식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변인들이 저의 책을 문제 삼은 이유는

    첫째,
    <제국의 위안부> 출간 이후 제가 나눔의집에 거주하시던 할머니들을 만나 일본의 사죄와 보상에 관한 그분들의 생각을 직접 들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접근 금지를 요구당한 이유입니다)

    둘째,
    저의 책이 세상에 받아들여 지는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입니다.(출간 이후 개최한 심포지엄에 대한 한일 언론의 비상한 관심 직후에 고발이 이루어진 이유입니다. 또한 이후 나온 일본어판이 두개의 상을 수상한 직후에 기소가 이루어진 이유입니다)

    주변인들은, 저의 책이 위안부를 ’매춘부’라 했고 ‘강제연행‘을 부정했다는(물론 이 역시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는 말로 위안부를 둘러싼 ’사실‘을 문제시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은 그들은 위안부 문제에 관한 그들의 해결방식에 대한 저의 이의제기에 불만을 품었습니다. 재판과정에서 내내 ’법적해결‘을 부정하지 않았느냐면서 추궁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바꿔 말하면, 강제연행 주장은 자신들의 해결방식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여러해가 지나고 나서야 그런 주장의 실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과 일본이 수교할 경우 ‘법적배상’을 받기 위한 목적이, 그토록 오래 이어진 위안부문제의 배경에 있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한국이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던 식민지 배상을 북한이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 위안부 문제 운동의 감추어진 목적이었습니다.
    그 목적 자체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 건 그런 주변인들의 주장이 어느새 국민상식이 되고 국가의 견해가 되면서, 그에 반하는 의견을 국가가 처벌하려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국의 위안부>소송사건입니다.

    물론 이미 세간에 밝혀진, 개인적 혹은 소속단체의 이익구조 유지를 위한 목적도 주변인들에게는 있었습니다. 저를 고발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이 횡령죄혐의로 감옥에 구속중이고,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 가 같은 혐의로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실, 그리고 저와 가장 가까웠고 이 두사람에게 비판적이면서도 그 말을 공적으로는 하지 못했던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 고발당한 사실 역시, <제국의 위안부>사태의 또하나의 배경을 짐작하게 해 줄 것입니다.

    ’학문의자유‘를 둘러싼 판결이었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고 말할 자유, 그러니까 근본적으로는 사상의 자유를 둘러싼 판결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판결은 대한민국에 국민의 사상을 보장하는 자유가 있는지에 관한 판결이었다고 저 자신은 생각합니다.
    저는 한번도 <제국의 위안부>사태가 ‘학문의 자유’를 둘러싼 소송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말로 보호받아야 할 만큼 위안부 할머니들의 대척점에 있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부 할머니들 편에 서서 쓴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은 책이 나온 직후의 언론반응이 일찌기 말해 준 바 있습니다.

    오늘 판결은 아직 끝이 아닙니다. 민사 재판이 남아 있고 어쩔 수 없이 책을 삭제해야 했던 가처분재판을 다시 해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이 다 끝나고 저의 책과 저의 인생이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국민의 자유로운 생각이 보장되는 민주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급적 고발 10년이 되는 내년 6월 이전에 이루어져, 운동가들과 일부학자, 그리고 국가가 그에 동조해 묶어 두었던 저의 손과 발이 이제는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양극단이 목소리가 큰 가운데, 저는 그 양쪽을 비판하면서 제3의생각을 내놓았습니다. 역사는 단순화하면 할수록 오히려 우리자신을 볼 수 없도록 만듭니다. 그 복잡한 결을 따라가 보려 했던 저의 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10년 가까이 되는 긴 세월을 한결같이 지지하고 응원하며 함께 해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오늘의 판결을 제가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분들 덕분입니다. 그분들이 제겐 대한민국의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목소리가 작지만 그런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국내외에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제 책이 그런 흐름에 일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한국사회가 바뀔 수 있다면, 이 오랜 기간에 걸친 고통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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