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업체에 대출해주고 자녀 채용청탁

    사건/사고 / 박소진 기자 / 2025-03-06 15: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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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산업은행 간부 적발
    4개기업 부실로 152억 손해

    [시민일보 = 박소진 기자] 국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 간부가 부실기업체에 대출을 내주는 대신 자녀 취업을 청탁하고, 브로커를 끼고 대출을 승인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6일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부실 여신을 중심으로 한 정책자금 운용 실태와 관련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총 20건의 위법 및 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산은 청주 지점장 A씨는 2016~2020년 대출 브로커의 알산을 받아 7개 기업에 286억월을 대출했줬고, 이 가운데 4개 기업이 부실화하면서 15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A씨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추정 매출액을 부풀리고, 기존 대출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출을 알선한 모집인은 그 대가로 최소 1억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의 내부 감사로 A씨는 여신 규정 위반 행위로 6차례에 걸쳐 적발됐지만, 인사 기록에 남지 않는 '주의' 조치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A씨가 대출해준 업체 7곳에 자신의 자녀를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사실도 적발했다.

    자녀는 이들 업체에서 입·퇴사를 반복했으며, 7개사 가운데 3개사는 부실화로 산은에 89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산은에 A씨의 면직과 부실 여신 감사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의 기관 주의를 요구했다. A씨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산은이 공공 출자자로 참여한 사업의 개발이익 배당 권리를 포기하고, 이를 민간 업체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담당 팀장의 면직을 요구했다.

    산은은 2019∼2020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인천남촌·대전안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공공 출자자로 참여했다.

    팀장의 지인이 소유한 민간업체 2곳은 산은이 포기한 배당 권리를 확보해 사업 예상 개발이익 2241억원의 최소 89%를 배당받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작년 8월 PF 담당 팀장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산은의 부실한 경영 실태도 이번 감사에서 지적받았다. 산업은행은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인 '하이난성 하이커우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에 국내 사모펀드(PEF) 조성을 통해 1억3000만달러(약 1900억원)를 투자했으나, 공항 대주주인 중국 하이난(HNA)그룹이 부도나면서 이를 전액 손실 처리했다.

    이에 감사원은 산은이 중국 하이난그룹의 과도한 부채 문제를 알고도 투자 리스트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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