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알린 후 바로 수술, 설명의무 이행 안된 것"

    사건/사고 / 여영준 기자 / 2022-02-14 15: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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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法, 병원측 책임 인정
    "숙고할 충분한 시간 안줘"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수술 등 의료행위 전 환자에게 결정 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의사의 설명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 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며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 의무가 이행됐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위험성·긴급성의 정도, 환자의 상태 등을 따져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6월 A씨는 허리 문제로 B씨 병원에서 ▲추체간 유합술 ▲후방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 등의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난 당일 오후 A씨는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생겼고, 왼쪽 팔다리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과 함께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뇌경색이 발견됐다.

    A씨는 현재까지도 인지장애와 왼쪽 마비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스스로 대변과 소변을 조절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수술 전 경동맥 협착 때문에 이미 뇌졸중 위험이 높았지만 의료진이 별다른 조치 없이 수술했고, 뇌경색 발병 후에도 관찰을 게을리 하는 등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1심은 B씨의 병원이 사전에 위험도 평가 등을 진행해 수술을 결정했고, A씨도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다는 점과 의료진이 경과 관찰을 경시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의료진이 수술로 인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A씨의 보호자가 수술 당일 합병증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점을 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설명 의무 위반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고로서는 자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피고 병원 의사들에게는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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