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박준우 기자]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당사자 대신 제기한 고소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동생의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부터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당한 A(79)씨의 상고심에서 공소 제기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1998년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숨지면서 남긴 부동산을 어머니 그리고 동생 B씨와 함께 공동으로 상속받았다.
하지만 동생 B씨는 1986년 미국으로 출국한 뒤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이에 법원은 A씨를 그의 동생인 B씨 몫의 상속 재산을 대신 관리하는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지정했다.
부재자 재산관리인이란 행방이 묘연한 사람을 대신해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즉 B씨처럼 생존이 예상되지만 행방을 알 수 없어 상속 재산을 관리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 법원이 임시로 그의 가족 혹은 변호사 등을 재산관리인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B씨의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된 A씨는 이후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부재자 재산관리인 지위를 박탈당했다. 이어 법원은 B씨의 새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C 변호사를 선임했다.
2016년 구청이 A씨 아버지가 남긴 땅을 수용했고, A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B씨 몫의 보상금 13억7000여만원을 공탁했다.
이후 A씨는 자신도 보상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생 몫의 세금을 대신 내왔다'며 동생이 상속받은 부동산을 매각하게 해달라고 청구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부재자 재산관리인 지위를 잃은 뒤에도 새 재산관리인인 C 변호사에게 동생 몫의 공탁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법원은 이같은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C 변호사에게 피해자인 B씨를 대신해 A씨를 고소하도록 했다.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부재자 재산관리인인 C 변호사가 피해자를 대신해 고소하는 것이 적법한지였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나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가족 등을 고소권자로 규정할 뿐 재산관리인에게 고소권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1심과 2심은 C 변호사에게 고소권이 있다고 보고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며,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이었다.
상고심 재판부는 "부재자 재산관리인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부재자 재산을 관리하는 행위에 한정되지만, 재산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관리의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하며 여기에는 관리 대상 재산에 관한 범죄행위를 고소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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