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 참여한 발달장애 예술인 15인은 ‘2025년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직무체험형 훈련 참여자로, 10주간의 집중 워크숍을 통해 회화를 중심으로 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작업은 단순한 ‘미술 수업’이 아닌, ‘예술가로 존재하기’를 목표로 한 예술 기반 직무 훈련으로 구성되었다. 참여자는 자기 삶을 관찰하고, 주제와 감정을 구성하고, 자신의 손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로서의 첫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기획자들은 예술 전공자 여부와 관계없이, 장애 예술인의 창작 지원과 콘텐츠 기획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이번 사업을 통해 선발되어 현장에서 전시 기획과 운영 전반을 함께했다. ‘팀 이끼’라는 이름으로 연대한 5명의 기획자(김연우, 김영비, 안서연, 윤아영, 황인영)는 “작업이 조금씩 자라나는 과정 자체가 전시였다”며, “조용한 세계를 지닌 이들이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들을 담고자 했다”고 전시 의도를 밝혔다.
전시 제목 ‘여기에 이끼’는 천천히, 그리고 끈질기게 자신의 자리를 넓혀가는 이끼의 속성과 발달장애 예술인들의 창작 여정을 겹쳐낸 은유다. 이번 전시에는 100호에 달하는 대형 회화부터 작은 캔버스 드로잉까지, 총 30여 점의 신작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자연, 방, 감정, 가족, 상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작업 방식 또한 오일파스텔, 마커펜, 아크릴 등 작가가 직접 선택한 재료를 통해 개별화된 감각을 표현한다.
참여 예술인 다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생애 첫 전시장을 마주한다. 한 참여 예술인은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려본 것도 처음이고, 전시장에 내 그림이 걸린다는 건 더더욱 상상 못 했다”며, “그림이 말 대신 나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과정에 있다. 모든 예술인은 고정된 틀이나 정답 대신 ‘자기 감정과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기’에서 출발했으며, 각자의 언어로 화면을 채우기까지의 여정이 매 수업마다 기록되고 존중되었다. 전시장 한편에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 스케치, 드로잉 자료도 함께 비치될 예정이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운영되며, 관람객들은 현장에서 배포되는 리플렛과 QR 코드를 통해 작품별 설명과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전시장 입구에는 참여자들의 작업 현장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이번 사업의 취지와 실천 내용을 소개하는 섹션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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