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쓸 줄 알면서 선불유심 개통"

    사건/사고 / 이대우 기자 / 2025-05-14 15: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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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法 "통신업법 위반… 처벌 대상"
    원심 무죄→유죄취지로 파기
    70대, 돈받고 9개 개통해줘

    [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돈을 받고 자기 명의 선불 유심(USIM)을 개통해 건네줬다면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4월24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모(76)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재판하도록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유씨는 지난 2020년 12월 4일 대전 중구에서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로부터 "선불 유심을 개통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개통에 필요한 가입신청서, 가입사실 확인서약서를 작성한 후 신분증과 함께 제출해 그가 선불 유심 9개를 개통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씨는 그 대가로 A씨에게서 2∼3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유씨를 비롯한 고객들에게 '실적이 부진하니 도와달라'고 부탁해 선불 유심 7000개를 개통하고 이 중 일부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심은 유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령에 장애가 있는 유씨가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A씨를 도와주려는 호의로 유심을 개통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유씨를 처벌하는 게 맞는다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유씨는 그 유심이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된다는 것에 대해 알았거나 적어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될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유씨가 재판 과정에서 선불 유심 1∼2개를 개통해줬다고 인정했고 대가를 받은 점, 고령에 장애가 있더라도 인지능력에는 문제가 없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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