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박준우 기자] 대법원이 재판에 참석하지 못한 피고인이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에 재판을 다시 진행하라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17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절도와 사기,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징역 1년 선고를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1월18일 오전 1시경 현금출납기에서 30만원을 빼내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더불어 그해 4월 자신이 묵고 있던 고시원 거주자들의 방에서 돈과 귀중품을 훔치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 등도 적용됐다.
이에 1심과 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피고인 A씨가 1심과 2심 재판이 열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이대로 재판을 끝내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사건 기록에 따르면 법원은 A씨가 기소된 뒤 등록 주소로 공소장과 소환장 등 서류를 보냈지만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나 수취인불명(표기 주소에 적힌 수취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음) 등의 사유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첫 재판이 A씨의 불출석으로 두 차례 연기되자 이듬해 3월 '공시송달(일정 기간 서류를 게시한 뒤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행정적으로는 송달 완료 상태가 됐지만 A씨는 여전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6개월이 지나도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소송촉진법' 특례규정에 따라 A씨가 없는 상태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어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찰의 항소로 열린 2심에서도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로 재판이 진행됐고, 그 결과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후 뒤늦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2심 선고 후 9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대법원에 상고장을 냈다.
그는 일단 구속됐고, 상고권 회복을 청구해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대법원은 A씨가 귀책사유 없이 1심과 항소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다고 판단해 재판을 다시 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