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부소방서 화재조사팀장 김영훈
커피를 마시면서 동료들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예전에 실제로 경험했거나 전해들은 화재사건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곤 한다. 어떤 사건은 방송 프로그램인 서프라이즈의 일화처럼 황당한 사건이라서 놀라곤 할 때가 있다.
화재출동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차에 탑승하여 현장에 도착하니 출동한 소방관의 집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거나, 현장에 도착해서 화재를 진압했는데 실제 도착했어야 할 화재장소는 근처 다른 곳이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했다. 물론 복수의 출동대가 출동하므로 양쪽의 화재를 모두 진압할 수 있었다.
사건, 사고들 중에는 안타까운 일화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화자가 재미있게 얘기해서 웃음이 절로 나와 난감할 때도 있었다.
음식물 조리중에도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데, 먼저 음식물 조리중에 발생한 화재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도 인천시 화재건수는 1620건이었는데 그 중 음식물 조리중에 발생한 화재가 72건이었으며 그로인해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화재 22건 중에 1건이 음식물 조리중에 발생했던 화재로 충분히 주의를 해서 조리를 한다면 예방이 가능한 화재였을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음식물 조리중에 집을 태울 뻔한 일화를 통해 화재가 사람의 건망증이나 망각으로 인해 쉽게 일어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2014년도 쯤 안전센터에서 근무 할 때의 일이다. 센터에서 화재출동을 하다보면 오인출동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께서 음식물을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마실을 가시거나, 술을 마시고 음식물을 올려놓고 잠이 들어 음식물이 타서 연기와 냄새가 이웃집으로 퍼져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을 강제로 개방하여 집에 들어가 보면 타는 냄새와 연기가 꽉찼는데도 불구하고 주취자는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신고가 늦었다면 어쩌면 질식을 했거나 싱크대에 불이 번져 집을 다 태웠을지도 모른다. 이런 음식물 오인 출동을 하게 되면 어이가 없기도 해서 혀를 차면서 귀소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비번 날이었다. 평소 계란을 가끔 삶아 아이들에게 주곤 했었는데 그날도 계란을 삶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뚝배기에 물과 함께 계란을 담아 가스렌지에 올려 놓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한참 탐색하고 있을 때 문득 오늘 급히 세차를 해야 할 일이 떠올랐고 계란을 올려 놓은 것을 잊은 채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주유소를 향했다.
이 날 따라 기다리는 자동차가 유난히 많았고 하필 내 차가 세차기에 들어섰을 무렵 갑자기 가스불 위에 올려진 계란이 떠올랐다. 세차기 안의 소음이 심하였지만 아파트 관리소에 바로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한 후 1층 외벽의 가스밸브를 잠그도록 요청하고 혹시라도 연기가 보이거나 냄새가 나면 바로 119에 신고토록 부탁했다. 세차기안에서 세차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뚝배기 안의 물이 아직까지 전부 증발하지 않았다거나, 증발하였더라도 계란이 쉽게 불붙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진정 시키면서 집에 도착해 보니 다행히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단지, 싱크대와 천정과 바닥이 열기에 폭발한 계란 파편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1시간여 동안 주방을 청소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동료 소방관을 힘들게 하지 않아 다행이었고 화재조사관 앞에서 진술서를 작성하는 또 다른 실화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 날 이후로도 가끔 계란을 삶지만 도중에 절대로 스마트폰을 보지도 않고 주방을 떠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음식물 오인출동을 하게 만든 이들에게 혀를 차지도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다른 곳에 정신을 팔게 되면 조리중에 화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언젠가부터 우리는 스마트폰을 하면서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스마트폰에 정신줄을 놓게 되면 주택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제 이야기를 통해서도 아셨을 것입니다.
가스불이 켜지는 순간 경각심을 놓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음식물 조리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셔서 안전하고 따뜻한 2019년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
화재출동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차에 탑승하여 현장에 도착하니 출동한 소방관의 집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거나, 현장에 도착해서 화재를 진압했는데 실제 도착했어야 할 화재장소는 근처 다른 곳이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했다. 물론 복수의 출동대가 출동하므로 양쪽의 화재를 모두 진압할 수 있었다.
사건, 사고들 중에는 안타까운 일화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화자가 재미있게 얘기해서 웃음이 절로 나와 난감할 때도 있었다.
음식물 조리중에도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데, 먼저 음식물 조리중에 발생한 화재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도 인천시 화재건수는 1620건이었는데 그 중 음식물 조리중에 발생한 화재가 72건이었으며 그로인해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화재 22건 중에 1건이 음식물 조리중에 발생했던 화재로 충분히 주의를 해서 조리를 한다면 예방이 가능한 화재였을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음식물 조리중에 집을 태울 뻔한 일화를 통해 화재가 사람의 건망증이나 망각으로 인해 쉽게 일어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2014년도 쯤 안전센터에서 근무 할 때의 일이다. 센터에서 화재출동을 하다보면 오인출동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께서 음식물을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마실을 가시거나, 술을 마시고 음식물을 올려놓고 잠이 들어 음식물이 타서 연기와 냄새가 이웃집으로 퍼져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을 강제로 개방하여 집에 들어가 보면 타는 냄새와 연기가 꽉찼는데도 불구하고 주취자는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신고가 늦었다면 어쩌면 질식을 했거나 싱크대에 불이 번져 집을 다 태웠을지도 모른다. 이런 음식물 오인 출동을 하게 되면 어이가 없기도 해서 혀를 차면서 귀소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비번 날이었다. 평소 계란을 가끔 삶아 아이들에게 주곤 했었는데 그날도 계란을 삶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뚝배기에 물과 함께 계란을 담아 가스렌지에 올려 놓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한참 탐색하고 있을 때 문득 오늘 급히 세차를 해야 할 일이 떠올랐고 계란을 올려 놓은 것을 잊은 채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주유소를 향했다.
이 날 따라 기다리는 자동차가 유난히 많았고 하필 내 차가 세차기에 들어섰을 무렵 갑자기 가스불 위에 올려진 계란이 떠올랐다. 세차기 안의 소음이 심하였지만 아파트 관리소에 바로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한 후 1층 외벽의 가스밸브를 잠그도록 요청하고 혹시라도 연기가 보이거나 냄새가 나면 바로 119에 신고토록 부탁했다. 세차기안에서 세차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뚝배기 안의 물이 아직까지 전부 증발하지 않았다거나, 증발하였더라도 계란이 쉽게 불붙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진정 시키면서 집에 도착해 보니 다행히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단지, 싱크대와 천정과 바닥이 열기에 폭발한 계란 파편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1시간여 동안 주방을 청소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동료 소방관을 힘들게 하지 않아 다행이었고 화재조사관 앞에서 진술서를 작성하는 또 다른 실화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 날 이후로도 가끔 계란을 삶지만 도중에 절대로 스마트폰을 보지도 않고 주방을 떠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음식물 오인출동을 하게 만든 이들에게 혀를 차지도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다른 곳에 정신을 팔게 되면 조리중에 화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언젠가부터 우리는 스마트폰을 하면서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스마트폰에 정신줄을 놓게 되면 주택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제 이야기를 통해서도 아셨을 것입니다.
가스불이 켜지는 순간 경각심을 놓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음식물 조리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셔서 안전하고 따뜻한 2019년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