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 선물은 한달 전 일찌감치 날아온 백화점의 상품안내 책자로 점찍어 두고 인터넷을 통해 예약, 카드로 이미 결재까지 해버렸다.

그 동안 ‘명절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실천운동’등 기업의 도덕성과 윤리를 강조하는 광고형 캠페인으로 대부분의 선물은 줄어들어 생략했다.

단지 자주 찾아 뵙지 못한 분들께 느끼는 미안함은 원하는 날짜에 전달해 주는 정확성과 인쇄편지의 정성까지 보여주는 택배를 선택하여 예약했다.

그리고 외국농산물로 차려질 제사에 쓰일 음식과 제기도 용역업체에 주문하고 필요한 시간도 알려주었다.

더 이상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조상의 얼굴을 기억하고 돌아보기엔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왔다고 느낀다.

그래서 설날에는 재충전이라는 이름으로 근사하게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가지 못한 휴가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또한 친구 사이에서 창피 당하지 않고 그 속에 끼려면 사진으로 인정된 어딘가를 다녀와야 한다는 자식들의 우격다짐도 신세대 명절문화의 욕구를 정당화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동영상으로 보여지는 국내외 여행 가이드 사이트를 통해 이번 설날 연휴 동안 오붓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한때를 즐길 여행지도 찾아내어 예약해 두었다.

자녀들에겐 설날이 왜 우리 고유의 명절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 지는 백과사전에 나오는 뜻풀이로 대신한다. 부모님들께는 설날 당일, 휴가지에서 국제 전화나 시외전화로 안부를 묻고 신청한 제사상과 선물이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면 끝이다.

“바쁠 땐 전화가 효녀지”하며 ….
고향 다녀가는 길이 막히는 것은 짜증스럽게 느끼면서 휴가지에 다녀오는 길의 교통체증은 기쁨으로 감수한다. 설날은 이제 더 이상의 민족명절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휴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과 친지 그리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했던 훈훈한 풍경은 사라져 가고 있다.

이번 설날도 심한 폭설로 집과 생계를 잃고 경제한파까지 곁쳐 명절은 더 비참하고 춥게 느껴지는 우리네 힘든 이웃들은 이제나 저제나 자식을 기다렸을 고향의 부모님에게 얼마나 커다란 허전함을 안겨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