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키’ 이야기

    칼럼 / 시민일보 / 2001-11-30 19: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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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천구청 재경국장 박정호 반장
    누구나 지금의 자신을 기준으로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면 획기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있게 마련이다. 그때 흔히 인용하는 말은 “만약…했더라면…했을텐데”라는 가정법을 많이 쓰게 된다.

    여기에서는 세인들이 즐겨 이야기하는 클레오파트라의 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인생관을 좌지우지한 가장 큰 요인이었던 나의 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나에게는 엄청난 큰 문제가 생겼다. 공부도 공부였지만 제일 앞자리 왼쪽 첫 책상이 나의 지정좌석으로 되었으니 그때의 내마음은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갔을 때의 답답하고 혼란스런 느낌이었다.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집합, 조회를 할 때마다 제일 앞줄에 서야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초라하게 보였다. 그때 마음 속으로 항상 하던 말, 1cm만 더 컸어도 두 번째 줄에는 설 수 있었는데 … 어쨌던 그때 난생 처음으로 1cm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삼수를 하고 대학에 입학하다보니 군입대도 친구들보다 늦어지게 되고 학교생활도 별 흥미가 없어 남들이 기피하는 해병대에 지원입대하기로 마음 먹고 3∼4년 아래인 고향 후배들하고 지원원서를 내게됐다.

    그런데 경쟁률이 4.7대 1이었다. 신체요강을 보면 키 157cm 이상으로 되어있고 나는 분명 160cm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탈락이라니!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신체검사에서 많이 떨어뜨리는 방침이었고 적어도 키는 161cm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번 1cm로 인한 쓴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1cm로 인한 마음적 시련을 겪은 경험이 있었는지라 그냥 물러서지 않는 도전정신이 발동하게 되었으니…. 거기가 어디라고! 탈락 판정 받으면 그것으로 끝인 것은 기정사실. 나는 탈락판정을 한 수병 옆에 서서 팬츠바람에 차렷자세로 반드시 군입대를 해야만 하는 내 입장과 필연성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나의 모습을 훑어보더니 합격을 시켜주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1cm로 인한 내 인생관의 변화를 말하고 싶어서다.

    이제는 외형적인문제로 인한 인생관변화는 없을 것이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겼기 때문이랄까? 지금부터는 내면의 크기에 대해서, 다시 말해 인격적인 성숙의 크기에 대해 도전적이 아닌 인내와 사랑을 바탕으로 그 크기가 비록 1cm보다 더 작은 수치일지라도 소중히 여기며 항상 나의 입장에서 관조하는 나의 자화상이 그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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