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실업자 통계

    칼럼 / 시민일보 / 2001-12-26 16: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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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정치연구소 소장 전대일
    IMF이후 실업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부에서는 극구 부인했지만 한 때 4백만이 넘는 실업자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으니 그 심각성의 일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IMF 졸업에 전력을 기울여 대망을 성취하고 실업률을 3.1%때까지 낮추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엄습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세계가 경탄할 일이다. 실제로 IMF 당시 저승사자처럼 보였던 캉드쉬 총재가 부드러운 낯빛에 미소를 띄우며 한국의 IMF 졸업을 축하는 장면도 고도의 홍보성으로 연일 방송되었다.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국부가 쌓였다는 말이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먹지 않아도 배는 부르다. 신기루처럼 펼쳐지는 경제회생의 정부 방침을 듣고 있노라면 한국의 경제는 꽃피고 새우는 봄날처럼 아늑하고 부드럽기만 하다.

    비록 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제일은행을 단돈 5천억에 외국으로 넘길 수 밖에 없었고 대우와 하이닉스 그리고 한보 등 걸림돌이 많지만 겉으로 선전되는 것은 꿈길로만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살림살이는 줄어들기만 하고 노동자들은 주 5일 근무제를 비롯한 노동조건 향상에 목을 매달고 농민들은 애써 생산한 쌀을 불태우며 수매가 인상을 외쳐대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공적자금 150조를 쏟아 붓고도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에서 큰소리 치는 것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과는 너무나 괴리가 크다. 특히 실업통계에 이르면 그 격차는 상식을 초월한다. 직업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이 문제겠지만 정기적으로 수입이 있다는 것만으로 취업자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동부와 통계청에서는 한 달에 한 두 번 일당을 받고 노동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으며 60살이 넘은 할머니가 딸네집 애기를 봐주고 용돈을 받는 것도 취업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견강부회한다면 실업자 되기도 매우 힘들게 생겼다.

    “어떤 형태건 일주일에 한시간 이상 수입이 있는 일을 하면 취업자로 분류한다”는 통계청의 취업자 기준은 한마디로 자기네가 만든 잣대로 4천만을 잰다는 말과 같다. 이 잣대는 세계가 공인하고 국민이 인정하는 잣대와는 전연 다른 한국 통계청내에서만 인정받는 잣대다. 이런 잣대로 잰 실업자 통계는 당연히 그 눈금이 내려가게 되어 있다.

    취업자라는 기준은 그 수입이 자기 가족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지 하루 먹고 하루 굶는 식의 수입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취업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아무리 실업률을 낮추고 싶다고 하더라도 원래부터 직업이 없었던 전업주부 할머니가 손자 봐주고 용돈 받는 일을 취업자로 분류한다는 것은 통계청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차라리 실업자와 취업자외에 무직자를 하나 추가하여 무직자는 통계에서 제외시키는 방법을 쓰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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