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와 공무원 노조의 역할

    칼럼 / 시민일보 / 2001-12-28 14: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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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파 공직협 정책부장 김정수

    최근 잇달아 터지고 있는 각종 뇌물청탁리스트, 게이트, 로비등 정치권의 비리에 의해 한국 사회와 경제가 흔들리고 있고, 서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되어 있다.

    한국사회의 부정과 부패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깊은 수렁에서 헤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국제민간기구인 ‘국제 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한국의 반부패지수 순위는 총조사대상국 95개국중 48위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인 한국이 세계적으로는 중간에도 못 미치는 불명예스런 부패공화국이라는 조사결과이다.

    6월 국회에서 여야간 우여곡절 끝에 부패방지법과 자금세탁방지법이 처리되었다. 하지만, 부패방지법은 결국 특별검사제에 대하여는 합의를 보지 못하였으며,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조차 공무원법상 비밀엄수의 의무와의 충돌에 대한 명확한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고, 자금세탁방지법 또한 선거자금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물론, 이러한 결과의 이면에는 여야의원 모두 부패방지법과 자금세탁방지법의 입법취지가 의원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보수 기득권적 보호속성이 내포되어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있는 고질적인 부정부패는 과거 국민적 지지기반이 취약한 정통성이 없는 역대정권이 근대화를 주도하면서 보수기득권세력과의 결탁에 의한 권력형비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부패는 정권의 유지를 위한 훌륭한 도구이었으며, 동시에 새로운 권력의 기반을 구축하는 발판으로 이용되어지는 숙청과 사정의 명분이기도 하였다.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사정은 전 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문제삼고, 자신의 도덕성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없었고, 정적숙청과 공신에 대한 자리 확보의 수단으로 힘없는 일선 공무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처벌하는 변질된 사정으로 마무리되었던 것이다.

    이 같은 부정부패의 악순환은 반부패운동의 주체가 정통성없는 부도덕한 정권에 의하여 주도되어 왔기 때문이며, 민간차원의 자율적인 부패추방운동과 공무를 직접 담임하는 공직자 내부정화운동등 아래로부터의 반부패운동이 되지 못하였던 것이 주원인인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개혁은 공직사회 내부의 실질적인 공무를 담임하는 공무원들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며, 이를 위하여 공직내부의 비리고발자를 보호하고, 부당한 권력과 금권등 온갖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강건한 공무원들의 단체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1999년 6월 23명의 무고한 어린생명을 앗아간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에서 보듯 당시 화성군청 시설허가관계 상사의 압력과 금품유혹을 뿌리치면서까지 불의에 저항했지만 끝내 부패의 먹이사슬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부녀복지계장이 있었음을 우리는 그의 일기장이 공개되면서 알게 되었다.

    만일, 그 당시 공무원노동조합과 같은 조직이 있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를 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대형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대형 관급공사발주나, 시책사업 추진에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계급질서와 외압에 의한 청탁등에 의하여 실무담당 공무원은 소신행정을 펼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만연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잘못된 부정은 늘 담당자 개인이 감수해야했고 사고가 발생하면 몸통보다는 가지만 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왔다.

    외압과 청탁 그리고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하여 양심과 소신에 따라 정당한 주장을 함으로써 보다 깨끗하고 투명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에 의한 감시기능을 제도적으로, 합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보호장치는 강력한 단결력을 확보할 수 있고 당당하게 권리주장을 할 수 있는 공무원노동조합만이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공무원사 50여년 동안 헌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 의무와 책임이 유명 무실하여 왔던 것은 그간 공무원인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기본권 즉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담보 해 낼 수 있는 노동조합이 허용되지 않았던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에 오랜 관행으로 만연되어있는 부정부패의 추방은 공무원노동조합 설립에 의한 공무원들의 강력한 단결력에 의하여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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