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은 시대적 요구

    칼럼 / 시민일보 / 2002-01-26 15:53:37
    • 카카오톡 보내기
    한나라당 의원 이승철
    정치란 ‘한 사회의 권위적 가치배분’이라고 했다. 따라서 정치권력자는 가치를 배분함에 있어서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집권 4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된 정책의 실패와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으로 정치에 대한 불만을 확대시키고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이러한 불신은 곧 정치체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지난 40여 년간 근대화와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이 최우선적 과제였다. 그런 까닭에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 올바른 국가체제의 형성에는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통치권자를 주축으로 하는 정치엘리트의 교도주의적 지배양식과 국민의 순종적 복종형태를 갖는 권위주의적 정치문화가 고착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즉, 국민은 정치적 주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통제와 동원의 대상자로 전락되었다. 그리고 정치엘리트와 일반국민의 관계가 수평적인 대등관계가 아닌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정형화되고, 이러한 상하관계는 분업적인 직능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신분관계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치권은 국민적 의견수렴이나 경쟁원리의 내부적 수용과 같은 의사결정 과정은 무시되고 비민주적 획일적인 지시가 우선되었다.

    특히 여당은 위로부터의 지시에만 충실하고,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순응을 요구하는 중간적인 창구에 불과했다. 국민과 함께 생활하며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국가의 방향을 결정해 가는 정치주체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이 미흡했던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정치체제는 도시와 농촌, 지역간, 각 세대간, 정치인과 일반대중, 경제적 계층간의 정치의식에 적지 않은 괴리를 나타내는 등 사회 각 부문간의 이질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다.

    다행히도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위기의식이 이제서야 확산되고 있다. 현재 여당과 야당에서는 새로운 정당체제의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이 추진하는 제도개혁이 오로지 정치적 선진국의 제도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임으로써 국민의식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치제도는 그 국가의 역사성과 국민의 정치적 의식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성숙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엘리트가 권위주의적인 타성과 인습을 탈피하고 민주적인 의식과 행태를 갖출 때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만을 위한 구태의연한 정치체제로부터의 탈피이다. 정치지도세력은 이러한 국민의 욕구를 수렴하여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 및 정치체제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각 정당들은 선거철에만 내어놓는 정략적이고 형식적인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체제 구축에 합당한 제도개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