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시 서울’만들자

    칼럼 / 시민일보 / 2002-03-11 18: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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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민주당 의원
    서울은 북악, 관악, 삼각산, 남산, 용마산 등 산이 아름다운 도시이다. 세계 여러 나라 여러 도시를 가보았지만 서울만큼 그 품안에 수려한 자태의 산들을 보듬어 안고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내수(內水)로는 청계천이 흐르고 외수(外水)로는 한강이 굽이쳐 감싸고 있는 서울의 경관은 실로 독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화와 경제개발의 광풍이 이러한 서울의 아름다움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청계천은 간데 없고 한강은 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친수(親水)공간이 아니라 그저 멀리서 쳐다볼 수 밖에 없는 박제된 꽃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뒤틀린 서울의 자연을 바로 잡아 서울을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도시,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문화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서울이 살고 우리가 살고, 대한민국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도시계획가요 전원도시운동의 창시자인 에브네저 하워드(Ebenezer Howard)는 그의 저서 {내일의 전원도시}에서 ‘농촌과 도시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지적하여, 농촌적 분위기와 도시적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해야 올바른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서울을 이러한 자연의 멋과 문명의 편리함을 고루 갖춘 도시로 되돌려야 한다. 양적으로만 비대해져 운신조차 힘들어진 공룡과 같은 서울시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건강을 되찾게 해야 한다.

    우선 낡아서 붕괴위험까지 우려되며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는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북악에서 남산에 이르는 생태공원을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상가입주자 등의 문제는 이해문제로 생태공원 양측을 녹지벨트와 어울리게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하여 입주시키거나 개발수익을 보상하면 충분할 것이다. 또 최근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청계천 복원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청계천 복원 문제는 교통문제·막대한 재원·공사기간 등 많은 문제가 쌓여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청계천 복원은 시민·시 당국·전문가·이해당사자 등 관계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여 합의를 도출한 이후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만일 합의가 이루어져 시커멓고 우중충한 청계천의 시멘트 덩어리를 뜯어내고 맑은 물이 흐르고 수초와 물고기가 어우러지는 옛 모습을 되찾게 만들고 그 주변을 문화와 경제가 함께 하는 서울의 상징거리로 만들어 낸다면 서울의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세운상가를 철거하여 마련한 생태공원과 함께 서울 도심에 십자형 환경벨트가 만들어져 문자 그대로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도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세운상가 지대 녹지화와 청계천 복원은 20세기를 몰아친 개발주의와 물질문명의 외투를 벗어버리고 생명의 세기로 나아가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옛 이름이 개천(開川)이었던 청계천을 시멘트로 덮어 폐천(閉川)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우리 생명의 근원인 환경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개발정책의 표본이라 할 것이다.

    세운상가 지대 녹지화와 청계천 복원은 개발을 통한 환경파괴를 넘어 생명과 자연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청계천을 복원하고 수표교, 오관수교, 광교, 관수교, 영미교, 살곶이다리 등 아름다운 목조·석조건축물을 복원하는 한편 수표교 다리밟기 등 전통문화를 재현하여 자연친화적 도시, 전통과 현대가 함께 하는 조화로운 도시 서울을 만드는 사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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