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기쁨

    칼럼 / 시민일보 / 2002-03-16 17:12:15
    • 카카오톡 보내기
    푸른정치연합 대표 장기표
    흔히들 ‘발상의 전환’을 많이 말한다. 사물을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발상을 전환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발상의 전환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무엇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해에 들어서는 무엇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기보다 무엇이 너무 많은데 그것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지금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사회불안을 겪는 나라들을 보면 거의 다 선진국들이다. 미국, 영국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나라로 인식되어온 일본마저 장기불황과 사회적 무기력에 휩싸여 있다.

    일본의 경우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며 무역흑자가 연간 천억달러를 넘는다. 여기다 국민들은 대체로 근면하고 검소하며 친절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말하자면 어떤 면에서도 부족하거나 나무랄 데가 없는 나라다. 그런데도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전체가 침체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경제회복정책을 쓰나 잘 안 되자 이제 군국주의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더 큰 몰락의 원인이 될 것이다.

    결국 지난날과는 달리 무엇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너무 많은데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고 지난날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물론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정리해고가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데 정리해고도 따지고 보면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온 산업의 정보화 곧 신제품 개발과 자동화에 따른 결과다. 즉 사회적 생산력이 발전해 인간이 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도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추농사가 잘 되면 고추농가는 울상이고 배추농사가 잘 되면 배추를 밭에서 썩히는 일까지 생긴다. 식량자급률은 25%정보 밖에 안 되는데 식량생산을 줄이는데 급급해 하고 있으니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날은 몸이 여위어서 걱정을 했는데 요즘은 살이 너무 쪄서 걱정을 한다. 자나깨나 살 빼는 일에 몰두하는 경우조차 많다.

    결국 우리는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다. 사회적으로는 국가운영방안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미 온갖 사회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지난날의 선진국이 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개인은 무엇이든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소유욕을 절제해야 할 것이다. 지난날은 더 많은 소유가 행복의 원천이었으나 이제 더 많은 절제가 행복의 원천임을 깨달아야 하겠다.

    이것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최대의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싶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