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식·도덕국가

    칼럼 / 시민일보 / 2002-03-18 18: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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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 이부영
    사랑과 평화의 미래를 향한 우리 민족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동안 남북한 내부에서는 정권을 담당한 세력에 의해 부국강병론이 제시되어 왔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내건 경제대국의 꿈, 김영삼 전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이 말해온 세계의 중심이 되는 초일류국가로의 도약,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내걸었던 강성대국의 건설, 이 모두는 강대국이 되자는 일종의 부국강병론이라는 점에서 거의 유사한 성격을 가져왔다.

    우리 민족은 근대화 과정에서 제국주의에 피해를 입어 국권을 상실했고 그전에는 중화질서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크고 넓고 강한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같은 비전은 민족적 자존심으로 보면 이해가 가지만 사실은 피해야 할 목표들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넓고 큰 나라가 될 것을 바란다면 그것은 우리가 피해를 입었던 제국주의·패권주의의 욕심을 우리 역시 바라는 것이 된다.

    부구강병론은 국민동원을 위한 하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이며, 현실적으로 성취가 불가능한 허구일 수밖에 없다. 정보화시대를 사는 우리 국민도 이제 세계의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강대국이 되겠다는 얘기가 가능한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시대는 제국주의, 냉전, 탈냉전을 지나 인류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의 생존 조건, 즉 국토, 인구, 자원으로 보아 세계 강대국이 국가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강대국이 되겠다는 구호는, 외세에 침략 당하고 강대국에 의해 분단이 되고, 독재권력에 시달려온 국민들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일 수는 있지만, 결국 실현불가능한 허구이다.

    한국의 미래는 군사력이 강한 강성대국, 경제대국보다는 문화대국, 지식대국, 도덕적인 대국이어야 한다. 한국은 경제, 군사, 소비, 교통과 쓰레기를 만드는 대국이 아니라 교육대국, 환경우월국, 정보기술대국, 문화예술대국, 도덕적 우월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백범일지>에 나오는 김구 선생의 저 유명한 ‘나의 소원’이라는 글의 한 대목을 떠 올려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선생이 그린 조국의 미래상은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문화가 높은 나라’였다. 우리가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된 한반도가 세계에 평화를 나눠주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토론자는 우리 내부로는 복지와 민주주의가 꽃피는 나라, 밖으로는 평화가 꽃피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라를 ‘평화국가’, ‘완충국가’, ‘균형국가’로 표현해 보고자 한다. 주변 강대국 누구에게도 기울지 않는 나라, 우리로 인해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가 유지되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사회 내부적으로는 사회구성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적 연대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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