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해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남자와 결혼제도 질서에 철저히 충실하면서도 한편으로 그것을 완벽하게 이용하고 위반해 버리는 여자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 ‘결혼은, 미친 짓이다’(싸이더스 제작)가 26일 개봉된다.

이만교의 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을 원작으로 시인 감독 유하, 첫 스크린에 감독과 함께 쓴잔을 마신 엄정화, 연기생활 11년만에 충무로 첫 발을 디딘 감우성이 호흡을 맞추었다.

영화는 주말 예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부 대기실의 수다, 친지들간의 인사, 예식장 로비를 뛰어노는 아이들의 풍경에서 시작된다. 3형제중 장남인 준영(감우성)은 첫 번째 동생에 이어 두 번째 동생까지 자신보다 먼저 결혼을 해 집안에서 처지가 곤란한 형편이다. 준영은 결혼식의 얼굴 도장인 사진 촬영을 거부하고, 대신 친구가 소개해 준 맞선 자리에 나간다.

지적이고 매너 좋은 대학 강사 준영과 섹시하고 당돌한 조명 디자이너 연희의 만남은 가식적인 질문과 대답 속에 결혼식장의 진부한 진행처럼 따분히 시작된다. 그러나 술자리로 이어진 이들의 관계는 파격적으로 치닫는다. 총알택시 비용보다 여관비가 더 쌀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누다 어느새 여관으로 직행하고 그들의 솔직한 섹스가 포르노처럼 이어진다.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할 자신이 없어 결혼하지 않는 연애지상주의자 준영과 좋은 조건의 남자와 결혼은 하지만 연애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연희의 만남은 끊어질 듯 말 듯 계속 이어진다.

결국 조건에 맞춰 의사와 결혼한 연희는 준영의 독립을 부추기고 옥탑방을 얻을 수 있는 돈을 대준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어’라고 말하는 연희는 계속 준영과 사랑을 하고 외도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처음 옥탑방에서 생활은 주말부부처럼 행복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연희와 준영의 만남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별다른 조연없이 감우성, 엄정화의 연기는 105분의 러닝 타임을 무난히 끌고 간다. 감우성의 무미건조한 대한민국 인텔리 남성의 연기는 그의 지적인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졌고, 섹시한 이미지 엄정화의 연기도 솔직하고 대담한 연희의 모습과 어울렸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