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기자칼럼 / 시민일보 / 2002-05-18 15: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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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부 기자 권중섭
    {ILINK:1}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지난 9.11 테러 범인이 유학생 비자로 입국한 사실이 드러나자 곧바로 국경 보안을 강화하는 내용의 비자 입국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자 미 의회와 언론은 집행부의 조치에 동조하면서 국익에 우선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다.

    국가의 중대 이익 앞에서 자국내 문제를 제쳐두고 언제라도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는 그네들의 모습이 최근 월드컵 행사를 앞둔 우리의 국내 현실에 비교돼 주눅이 든다.

    앞서 (재) 수원경기추진위원회는 10억 여원을 들여 월드컵 관련 홍보책자와 홍보물 등을 제작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 홍보물 등은 ‘FIFA 규정’에 걸려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국제적 망신’ 운운하며 FIFA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국내언론사의 보도내용은 자국 이익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면 빠르게 한 통속(?)이 되는 미 언론사들과 크게 비교된다. 물론 승인 없이 2002 한일 월드컵 공식마크를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제작 및 배포 금지를 요구하고 나선 FIFA나 엠블렘의 무단 사용 등이 지적 재산권 및 상업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SMK 측의 주장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월드컵 행사를 앞두고 FIFA 월드컵과 월드컵 마케팅을 담당한 국내 대행사들은 FIFA의 까다로운 홍보 규정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FIFA 로고를 사용하기 위해 정식절차를 밟는다면 결재 과정만 해도 한달 이상 소요된다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홍보 부족으로 인해 월드컵 열기가 시들어지기라도 한다면 더 큰 ‘국제적 망신’을 각오해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과 같이 월드컵 열기가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홍보야말로 성패를 가르는 필수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FIFA의 지나친 개입은 국내 홍보대행사의 원활한 홍보를 가로막고 있다. FIFA와의 불리한 약관 체결도 이러한 현실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물론 ‘사실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FIFA나 대행사인 SMK 측의 요구사항에 앞서 국익을 고려한 측면에서 우리의 홍보체계에 힘을 실어주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모두의 지상과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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