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과 瓜田李下 혐의

    칼럼 / 시민일보 / 2002-05-23 16: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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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혐의를 받기 쉬운 일에는 가까이 하지 말라는 뜻으로 과전이하(瓜田李下)라는 고사성어가 쓰인다.

    본래 과전이하(瓜田李下)의 원문은 ‘과전부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으로 참외밭을 지날 때에 몸을 굽혀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밑을 지난 때에는 손을 들어 갓을 고쳐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나라 문종 시절 유공권이라는 유명한 진사가 있었다. 어느날 문종이 유공권에게 물었다.

    “요사이 조정 정책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까”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예, 있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깨끗한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고 생각한 문종은 의아한 듯이 “그래요? 어떤 점인지 말해 보시오”하고 권했다.

    “폐하께서 태왕 태후의 작은 아버지 곽민을 빈령지방 주관자(오늘의 기초자치단체장)로 임명하신 것을 두고 찬반이 분분합니다”

    “그건 어째선가? 곽민은 언제나 청렴 결백하고 과실이 없는 사람으로서 이 나라에 세운 공적도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이번에 작은 벼슬을 내렸을 뿐인데 어찌 타당치 못한 처사라고 하는가”하고 문종은 달갑지 않은 듯이 물었다.

    “곽민의 공로로 보아 그의 벼슬은 오히려 크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본래 합당한 처사로 왈가왈부할 일도 못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곽민이 두 딸을 천거, 입궁시켰기 때문에 그 벼슬을 얻었다고들 말합니다”

    문종은 ‘껄걸’ 웃으며 곽민이 두 딸을 입궁시킨 것은 다만 태후를 뵈려한 것이지 첩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었노라며 그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그가 정중하게 말했다.

    “과전이하(瓜田李下)의 혐의를 어떻게 집집마다 알릴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 과전이하(瓜田李下)의 혐의를 벗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서울과 경기지역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주요정당들이 6.13 지방선거 후보선출과 관련,불공정경선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지구당 위원장들의 입김이 작용, 경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경선에서 패한 후보들이 주장하는 불공정 사유를 들여다보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현역 단체장 ‘낙천괴담‘이 지역에서 파다하게 퍼지던 시점이다.

    서울에서는 현역 구청장 가운데서도 진영호(성북), 장정식(강북), 이정규(서대문)씨 등이 “불공정 경선을 승복할 수 없다”며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경기도에서도 황교선 고양시장이 무소속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이 지구당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 경선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물론 혐의를 받고 있는 지구당 위원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노릇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전이하(瓜田李下)의 혐의를 벗는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공인(公人)은 매사에 신중을 기해 처신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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