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아’ 죽여도 되나

    기자칼럼 / 시민일보 / 2002-08-12 15: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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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부 기자 문향숙
    {ILINK:1}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해묵은 논리처럼 한 영화의 상영을 두고 표현의 자유인지 과도한 제한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3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 ‘죽어도 좋아’가 그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처음 공개된 ‘죽어도 좋아’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자막번역 및 프린트 제작비와 디지털 장편영화 배급 지원까지 한 작품으로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비평가주간 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은 70대 노부부의 사랑과 성을 정면으로 다룬 것으로 영화에 출연한 노부부의 실제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제한 상영관이 전무한 상태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 영화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영등위가 이같은 등급을 내린 이유는 7분간의 섹스신에서 보여진 성기노출과 오럴섹스때문. 영등위는 ‘국민들의 기본 정서를 고려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화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등위의 결정은 영화의 전체 맥락을 보지 못하고 일부의 장면만을 문제삼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제한상영 철폐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화속의 섹스신은 분명 충격적이다. 검은 버짐이 가득한 얼굴, 축 늘어진 가슴과 쳐진 배. 노부부에게 늙음의 상징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본 기자도 이 영화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노부부의 사랑과 이를 확인하는 섹스는 우리 사회가 소외시켜버린 노인들의 삶을 깨닫게 만든 제작의도를 알 수 있었다. 노인도 사랑할 수 있다라는 것, 섹스 할 수 있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말이다.

    제작사 메이 필름측은 연출의도 등을 담은 사유서를 첨부해 지난 9일 재심을 신청했다. 이번엔 등급위원 전체회의를 열어 다시 심의한다. 표현 예술의 기준을 판단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그러나 영등위가 내세우는 ‘국민의 상식적인 시각’이라는 이유로 한 영화가 매장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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