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윤락녀의 ‘언니’ ‘이모’정평

    칼럼 / 시민일보 / 2002-12-16 10:16:14
    • 카카오톡 보내기
    강동署 인권보호관 고정남 경사
    “윤락녀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들도 우리와 같이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순박한 여성들입니다”

    지난 7월 경찰 사상 전국 최초로 윤락녀 인권보호관으로 탄생한 강동경찰서 고정남 경사(42·사진)는 윤락가인 천호동 텍사스촌에서는 일명 ‘언니’ 또는 ‘이모’로 불린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윤락가 토벌 과정에서 경찰서가 윤락녀들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언론보도 뒤에 맡은 직책이라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서 일일이 만남을 갖는 노력 끝에 지금은 서로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경찰이 자신들을 보호한다는 말을 믿지 못하고 경계를 하다보니 다가서기 힘들었다”는 고 경사는 “나부터 이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인간적으로 대하다보니 요즘은 개인적인 고민, 가정문제, 앞으로의 진로 등 어떤 문제든 상담하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윤락을 장려하는 일이 아닌 단속을 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 경사는 상담 속에 수시로 업주로부터 불법감금이나 착취, 인신매매, 폭행 등을 당하는 지를 파악하고 업주나 성 관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채무는 갚을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숙지 시킨다고 한다.

    고 경사는 “대부분 여성들이 가정이 어렵거나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있는 경우라 마음이 아프다”면서 “저축을 해서 꽃집이나 수예점 등 작은 창업이라도 하도록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고 경사의 지극한 관심 때문일까, 지난 9월에는 한 여성이 밤낮으로 윤락을 강요한 업주를 용감히 고발해 업주는 구속되고 그 여성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된 일도 있었다. 또 다른 지역 윤락가로 옮긴 여성들의 입 소문을 통해 타 윤락가에서 상담을 해오는 경우도 생겼다.

    고 경사는 “이들 윤락여성들도 결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여성들인데 고립되고 소외된 지역에 있다보니 외로움이 많다”면서 “시민들이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자신의 딸, 조카, 친구처럼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따뜻한 관심을 부탁했다.
    /최애선기자 sun@siminnews.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