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인가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3-05 19: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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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내년 총선은 어떤 구도 아래에서 진행될까.

    물론 현 구도대로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어떤 구도대로 총선이 치러질 것이냐’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분명하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답답증이 생겼고 그래서 꿈을 꾸었나 보다.

    내가 꾼 꿈의 내용은 이렇다.

    총선을 앞둔 어느 시점이었다. 각 정당은 지역정당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총선을 겨냥, 분명한 노선을 제시하면서 정책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저마다 노력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도개혁 정당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던 것 같다.

    꿈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신주류를 중심 세력으로 하여 중도개혁 정당이 창당됐는 데구주류 가운데서도 심재권, 설훈 의원등 개혁 이미지와 부합하는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한나라당의 개혁세력인 ‘국민속으로’와 같은 당 중도세력으로 분류되는 ‘미래연대’세력의 일부도 당내 개혁의 부진에 실망한 나머지 탈당을 선언하면서 속속 신당으로 합류했다.

    또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한 개혁국민정당도 마냥 독자노선을 고집하기는 어려웠는지 무조건 신당합류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좌파정당의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사회당과의 합당을 모색, 신당과의 차별성을 오히려 강화시켜 나갔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지역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개혁세력과 중도세력의 이탈로 이 지역에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구 민정계와 민주계 일부 세력 등을 결집,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나갔다.

    재벌 일부 세력과 관변단체들 및 기득권 세력들이 여기에 은근히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혁신당에 합류하지 못한 구민주당인사들과 자민련,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 21, 이한동 의원의 하나로국민연합 등이 ‘거대정당’이라는 공동목표 아래 하나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4개 정당이 하나의 정당으로 전격적인 합당이 이뤄진 것이다.

    이 정당은 수구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당장 ‘거대정당’을 목표로 구성된 정당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원내 의원들을 거느린 정당으로 총선을 치르게 된 것이다.

    꿈에서 원내 의원들의 수를 헤아려보니 이 수구정당의 의원수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나라당, 그리고 다음이 개혁정당이었던 것 같다.

    좌파정당은 여전히 원내 의원들이 없는 상태에서 총선을 치렀다.

    총선 결과는 정말 너무나 통쾌했다.

    그런데 깨어보니 아깝게도 꿈이 아닌가. 아, 이것이 일장춘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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