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입 다물라’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4-09 17: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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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이라크 파병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으로 모처럼 ‘밥값’을 하는 것처럼 보이던 정치권이 또다시 정쟁을 일삼으며 세금 아까운 생각이 들게 하고 있다.

    ‘20만불 폭로’와 관련 설훈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 있는 한나라당이 몇몇 인사를 들어 명예훼손 등으로 추가고소키로 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전총재를 흠집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공작정치이기 때문에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민주당 역시 96년말 최규선씨가 이회창 전총재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한국판 뉴스위크지에 공개된 것과 관련, “이 사건의 본질은 20만달러 수수여부”라며 “이 전 총재와 최씨가 최소한 96년말부터 만난 것으로 드러난 이상 검찰은 진실을 명쾌히 밝혀야 한다”는 공세를 퍼붓고 있는 중이다.

    ‘세풍’이니 ‘나라종금로비의혹’이니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며 국민들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는 주체 역시 바로 이들 정치권 인사들이다.

    이들은 국세청을 동원,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하는 등의 어이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어도, 퇴출대상 기업으로부터 이를 막아달라는 명목하에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도 과히 두려운 기색이 없다.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그들의 ‘거짓말 행진’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거짓말을 동원, 자신의 ‘죄없음’을 강조해왔다. 운이 좋으면 빠져나가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자신의 대선자금을 위해 조직을 가동한 국세청장을 상대로 ‘고맙다, 수고한다’는 격려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된 당사자는 의혹이 불거질 당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었다.

    또 다른 정치실세는 ‘돈받은 사실이 없다’고 호언장담해왔지만 2억원이나 되는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의 죄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최소한의 부끄러운 기색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툭하면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자신의 명예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정치인들이 스스로 국민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훼손시키는 죄에는 왜 그리 관대한가.

    검찰조사대상이 되면 수사가 결론지어질 때까지 누구나 피의자 신분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유독 정치권 피의자들은 마치 독립투사처럼 떳떳한 몸과 마음으로 상대방을 향한 삿대질에 열을 올리는 뻔뻔함을 보인다.

    진실이 없는 변명은 갈수록 불어나는 ‘거짓의 짐’으로 환란을 자초할 뿐이다. 손바닥으로 눈만 가린다고 모든게 가려지는가. 차라리 침묵하면 중간이라도 가지.
    정치인들이여, 제발이지 거짓말하는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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