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급한가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6-25 18: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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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민선 2기 당시, 시민들은 서울시 행정 운영 스타일이 ‘너무 느리다’며 시장의 지나치리만큼 꼼꼼한 시정운영방식을 답답해했다.

    그래서였을까. 시민들은 민선3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화끈한 추진력을 기대하며 CEO 출신의 이명박씨를 서울시의 새 수장으로 선택했다.

    이시장의 업무 추진력은 70년대 중동 진출 붐을 타고 현대건설의 신화를 일궈낸 당사자로도 남다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런 이시장의 화끈한 추진력이 최근 들어 자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선거 당시 이시장이 들고 나온 공약 중 가장 큰 비중으로 유권자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청계천복원’이다.

    서울 복판에 있으면서도 늘 정체된 교통과 열악한 주변여건으로 시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던 그곳에 청정한 물줄기가 흐르는 녹지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청사진 하나만으로도 듣는 사람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청계천 복원 계획은 서울시민 모두에게 있어 소중하고 바람직한 프로젝트임에 틀림없다. 청계천 복원이 현실로 이뤄지는데 반대할 사람도 없다. 그토록 중요한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민 저마다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형이상학적 노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청계천 복원만 해도 그렇다. 이시장이 시민과의 약속인 청계천 복원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막연한 형이상학적 노력과 지식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

    작은 개인살림도 때때로 당초 예산을 초과하기 마련인데 하물며 선례조차 없는 대규모 복원사업에 예상 못했던 비용 추가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통분담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데 있다.

    최근 시에서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 정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의회를 통해 상정돼있는 각종 조례 개정안만 해도 상당부분 ‘인상’을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시민공원 입장료가 오르고 주차요금이 올랐다.

    지하상가 매장 임대료가 기존 가격의 몇 배 이상 뛰어 이를 포기하고 떠나는 매점주들이 곳곳에 붙여놓은 이시장의 왜곡된 CEO 마인드를 비난하는 글들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그동안 일요일에는 무료로 개방됐던 시민공원 주차장에도 요금부과를 추진하다가 시의회의 제지로 백지화된 일도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의 각종 시설물을 이용하는 주요 계층은 대부분 서민계층이다.

    실제로 부유층은 그보다 더 좋은 사설 시설물을 이용한다.

    시가 공익에 대한 배려없이 수익성만 염두에 둔 운영을 고집한다면 사기업과 다를 게 무엇인가.

    이런게 과연 서울시민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던 CEO 출신 시장의 경영마인드인지 이시장께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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