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대하소설 황제의 싸움터

    칼럼 / 시민일보 / 2003-06-26 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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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보는 제주 4.3 民亂
    (12) 웅변왕, 그 공포의 입

    “워낙 형님은 거물급이 되어나서…. 해방직후 경성에서 전국의 학병출신 조직인 ‘조선학병동맹’이 결성되었는데, 형님은 부위원장겸 선전부장 자리를 맡고 계신다네. 이 땅에 공화국 정부가 세워지게 될 때, 형님은 대통령출마를 하셔야겠지? 원님 덕에 나팔분다고, 나는 비서실장이 되어서 극진히 보좌해드릴 각오가 되어있구…”

    조용석이 푸짐하게 선심성(善心性) 허풍을 떨었다.

    “그러면 저는 면서기 한번 해볼랍니다. 일제치하에서 못 이룬 꿈 새시대 맞아 형님들 덕분에 소원성취 해볼까 합니다. 그때가서 모른체하시면 아시지요? 특공대장 기질…”

    김순익은 입김세게 맞장구치고 나서, “저도 사실은 신문을 읽은 기억납니다.

    형님께서 학병동맹 부위원장이 되시고, 경성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고 다니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향에 내려오시리라곤 미처 생각지를 못했었지요. 더군다나 저의 집에 왕림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구요.

    아무튼 빠른 시일내에 악당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다급한 선결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과히 걱정 안하셔도 좋을거예요. 큰 나무엔 바람 안부는 날이 없는 법이니까요. 저는 두 형님의 건투를 빌 뿐입니다.”

    김순익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격려를 했다.

    “자네들 사람 놀리고 있는 것 아닌가? 어린애 아니니까 사탕발림 작작하더라구. 무안하잖아!”

    고정관은 흐믓했지만, 겸손함을 곁들여서 짜증을 내며 히죽 웃었다.

    “너무 쑥스러워 하실 것 없습니다. 형님의 큰 꿈 이룩하게 될 것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조형은 부통령감 틀림없구, 러닝메이트로 잘 어울리는 동반자라고 할까요? 저는 실수학교에서 농사짓는 기술 배운게 고작이지만, 정치학 공부를 해볼까합니다. 그 방면의 책들을 주어모으고 있어요. 두 형님께서 지도와 편달을 해 주신다면 크나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두 형님을 뵙고보니 천하를 얻은 기분이라구요”

    “잘알겠네, 무척 반갑구먼, 정치관계 책이라면 걱정 안해도 될 걸세. 내가 다 대줄테니 자네는 열심히 읽기만 하면 된다구, 그건 그렇고, 자네는 새시대를 맞아 어떤 독특한 복안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고향당에서만이라도 민주주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명제가 아니라고 여겨지네, 그러기위해서는 민족반역자, 친일파, 고등계형사 앞잡이 등등 30만도민 아니 모든 ‘괸당’들의 피를 빨아먹고 박해를 가하고 인권유린을 밥먹듯 자행해온 무리들을 소탕하고 추방하는 일이 급한 불끄는 진화작업 못지 않게 가장 긴급한 과제라고 생각하는데…”

    “동감입니다. 형님도 그걸 생각하고 계셨군요. 지금쯤 소탕작업은 마무리가 되어있어야 할터인데…. 친일파, 민족반역자, 흡혈귀, 약자탄압, 인권유린 등등 민주주의 장애요인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었거든요. 그것들을 쓸어내는 대대적인 청소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두 형님께서 선봉장으로 나서주신다면 저희들은 목숨을 내걸고 뒤를 따를 것입니다. 내말 어때? 이현석군! 자네도 찬성이겠지?”

    “사람, 그걸 말이라고 하나? 자네보다도 어쩌면 내가 앞장설지도 모를걸. 이거 왜이래!”

    이현석이 자다가 코침 맞은 듯 펄쩍 뛰면서 악을 쓰려다 말고, 눈 흘기며 비아냥거렸다.

    “여부가 있겠나? 똑 같은 명문 ‘영재의숙’ 출신들인데…. 나는 자네들만 믿네 정말 고마워! 이현석군도 특공대에 꼭 끼어야 돼! 방준태 같은 놈이 어디 도선마을에만 있으란 법 없잖은가? 우리 관광면(管光面) 전체에 걸쳐서 그런 부류들을 골라내 일망타진하는게야”

    고정관이 눈빛을 빛내며 억양을 높였다.

    “자네, 혹시 명단작성 해 놓은거 없나? 제거되어야 할 대상자들의 명단 말일세”

    조용석이 바깥쪽으로 신경을 쓰면서 김순익에게 귀띔을 했다.

    “갖고 있지요. 각 마을마다 2∼3명 있다구요. 명단을 보여드릴게요”

    김순익은 책상서랍을 열어 종이 쪽지를 끄집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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