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배우자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8-30 17:03:51
    • 카카오톡 보내기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조폭 수준의 욕설과 육박전이 난무한 민주당이나 ‘60대 용퇴론’에 ‘당직사퇴’ 맞불작전으로 세대간 격돌이 치열한 한나라당이나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가슴은 그저 답답하다.

    입법부에 대한 모독 어쩌고 하며 스스로의 권위 지키기에 집착하는 그들이 자신의 신성불가침 권역에서 가장 자주 보여주는 모습이 고성 지르기와 멱살드잡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 하다.

    심지어 국회 회기조차 비리혐의에 연루된 동료의원 구하기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 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야 정당의 현주소다.

    정치인들은 가끔씩 어이없는 짓을 하고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넘어간다. 초등학교 3학년 수준 정도의 논리로 밀어붙이다 안되면 잽싸게 말을 바꾼다. 말바꾸는 순발력 하나 만큼은 끝내준다.

    그러고도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나서겠다는 의욕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 보인다. 스스로가 모자란 건지 아니면 국민을 모자라게 보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현실감각이 없다고 하면 이럴 때 쓰는 말로 적합한 건가.

    그들의 화려한 이력이 도무지 연결되지 않을 정도다.

    정치인의 또 다른 특질은 사사건건 내 탓은 없고 늘 네 탓만 있다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정치인들은 손가락이 스스로를 가리킬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 하다. 조금만 구부리면 방향전환이 가능할 텐데 그저 똑바로 펼 줄 만 안다.

    조금만 접고 생각하면 해결될 일도 그래서 항상 갑론을박에 휘말려 쓸데없는 논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마치 과거의 당파싸움을 보는 듯 하다.

    실제로 우리의 당파싸움은 악습의 상처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대물림이다. 당파싸움이야말로 우리의 역사를 퇴보시켰던 주범이 아닌가.

    저마다의 어지러운 주장만 넘쳐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정치판의 언어는 국민에게 희망은커녕 혐오감만 증폭시킨다.

    지금은 여야 모두 내부를 향해 ‘칼’을 빼들고 돌격중이다.

    특히 9월 첫 주부터는 민주당 진로의 윤곽이 잡힐 당무회의(4일)와 신당추진기구의 출범(7일)이 몰려있고 한나라당 역시 내달 4일 의원 연찬회가 예정돼있는 만큼 정치권의 헤게모니 다툼은 극에 달할 것 같다.

    표면상으로 아무리 개혁과 쇄신을 논한다해도 또 분당을 하든 통합을 하든 신당 창당을 하든 그것이 추구하고 있는 최대의 가치는 오로지 내년 총선에서의 ‘당선’인 것이 그들의 속내다.

    정당의 안위는 당선된 내가 있고 나서의 문제다.

    국민들 입장에선 또 다시 원초적으로 충돌하는 내란사태를 지켜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방법은 있다.

    우선 저마다 스스로부터 자성하고 부끄러움을 깨달으면 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