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론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09-02 17: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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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당론의 위력이란 것, 참으로 무섭다.
    최상의 엘리트 그룹인 국회의원들이 개인의 가치기준은 아랑곳없이 당론에 매몰되는 모습은 섬짓할 정도다.

    또 가끔씩 멀쩡한 정치인들이 ‘당론’이라는 미명 아래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괴롭기 짝이 없다.

    2일, 김두관 장관 해임안과 관련한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보여준 행보가 그 단적인 사례다.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상대 설득을 지시한 것을 두고 “의회정치·정당정치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파괴 행위로서 용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뿐 아니라 노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 가능성에 대해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적이 없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받아들였다”면서 “해임안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유린인 만큼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 말은 객관적 시점에서 봤을 때 비합리적이다. 발언의 주인공이 진짜 홍총무인지 믿어지지 않는다.

    홍 총무는 달변가다.

    그가 하는 말들은 너무 정교해 그대로 풀어쓰기만 해도 손색없는 기사체 문장이 된다. 또 진중한 설득력을 가진 그의 말맵시는 상대방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던 그가 원내총무라는 당직을 맡고 난 이후부터는 가끔씩 앞뒤도 없고 논리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불쑥불쑥 들이밀며 스타일을 구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를 높이 평가해 왔기에 실망으로 무너지는 안타까움 또한 크다.

    한 정당에 소속된 당인으로 당론에 따르는 행위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가치기준이 확연히 판단되는 대목인데도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당론을 지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국회의원이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볼 때 더더욱 그렇다. 진실을 외면하고 무리에 무조건 동조하고 나선다면 당인으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국민에겐 이미 ‘직무유기’죄를 범한 셈이다.
    김두관 장관 해임안 문제만 해도 그렇다.

    맨 처음 행자부장관의 해임 이유는 한총련 시위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홍 총무는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은 노무현 정권 6개월 동안의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도대체 홍 총무는 노 대통령한테 직접 책임을 물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으니까 그 가운데에서 김두관 장관이 타켓이 됐다는 자신의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제대로 숙지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당의 생명은 무엇일까.
    국민의 지지다.
    한나라당은 수의 논리로 우격다짐식 의회정치를 주도하는 현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소속의원들을 바보로 전락시키는 당론만큼은 안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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