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어쩌라고!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10-20 18: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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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으로 나라안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눈치보기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정부의 파병 결정 입장이 전해진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 통합신당 등은 각 당의 노선과 의원 개인적 이해관계 등이 엇갈려 복잡한 기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익과 한미동맹을 고려해 신속하게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후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 파병을 전격 결정한 것을 놓고 ‘졸속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전투병 파병에 반대했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질의 원고에서 이라크전 추가 파병 문제를 포함시키지 않거나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점만 지적하는 등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각 당의 소속의원들이 이 같은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통합신당 모두 이라크 파병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의원들의 움직임이 상당하다. 심지어 통합신당 임종석 의원의 경우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파병 통과시 의원직 사퇴를 불사하겠다며 강경노선으로 치닫고 있다.

    국론분열을 막고 정국안정을 위해 노력해야할 할 정치권이 오히려 국정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이 같은 문제점은 20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역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통합신당 등 각 당 공히 파병론에 대해 찬반 양론이 혼재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마다의 명분은-찬성론자는 세계평화에의 기여를, 반대론자는 세계평화 저해- 그럴 듯했지만 이들의 말은 공허한 울림을 줄 뿐이다.

    나름대로의 확고한 소신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 총선을 의식한 눈치 살피기에 치중하고 있는 속셈이 환히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이라크 파병 결정을 앞두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 등을 도외시한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파병론에 대해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팡질팡, 우물쭈물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더 봐줄 여지가 없다. 가뜩이나 심란한 국민들의 어지럼증을 부채질하고 있는 주범이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눈치보기 행태의 압권은 단연 한나라당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표 등의 행보를 통해 일찌감치 파병찬성 입장을 보여왔던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여태 파병론에 대해 당의 공식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국익 여부를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여러모로 다수당의 위력을 발휘하면서 국정을 좌지우지하던 제1야당의 이러한 모습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는가.

    국민은 어쩌라고 정치권이 먼저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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