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직시하라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10-25 17: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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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현실직시가 그토록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불법 대선 자금으로 촉발된 한나라당의 위기상황이 시시각각 백척간두 양상을 보이고 있건만 정작 당사자인 당 인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직시하지 못해 화를 자초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사실 야당은 그동안 다수의석을 방패로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까지 제한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해 온 거대공룡이었다.

    맘에 들지 않은 사안이라도 나올라치면 가차없이 휘두를 수 있는 특검제 칼날을 앞세워 야당의 위용을 뽐내왔다.
    심지어 대통령의 국정일정 조차도 야당의 발목잡기로 제동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여당과 야당의 구분이 모호해질 정도로 야당의 위세는 대단했다.

    급기야 1년 임기도 채우지 못한 대통령을 무능하니 탄핵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섰던 게 바로 엊그제 일이었다.
    문제는 야당이 아직까지 자신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착각하는데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나온 응급조치 차원의 해법이 오히려 스스로의 목을 죄는 밧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한다.

    여전히 오만방자한 행동을 구가하며 이에 대해 별다른 인식이 없는 듯 행동한다.

    그러한 인식의 한계가 결국 자신들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으련만.

    어떻게 해서든 덜미를 잡히고 싶지 않았겠지만 SK 비자금 사건은 이미 당사자격인 최돈웅 의원의 자백으로 일단은 한나라당 판정패가 확실시된 상황이다.

    그것은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SK 비자금말고도 국세청이나 안기부를 동원 불법선거자금을 유용했던 전력에 대해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당 대표가 보인 공식 반응이 “검찰이 당의 계좌를 추적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이라고 한다. 그것도 검찰 총장에게 전화까지 걸어서 말이다.

    국민 앞에서 백배 사죄하는 마음으로 유구무언이어도 시원찮을 판에 ‘수사하는 검찰을 가만두지 않겠다’라니. 그 협박성 발언이 가능한 배경은 무엇인가.

    또 다른 중진의원의 항변도 가관이다. “선거가 끝나면 이긴 사람은 진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 헌정사 50년 동안의 관례“라며 “정부가 힘없는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 지도급 인사라는 분들이 대본에도 없는 코미디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도덕성 마비 증세가 극에 달했다 해도 이럴 수는 없다.

    더 이상 요행을 바랄 입장이 못되는 현실을 빨리 직시해야 할텐데 큰일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그런 다음 국민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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