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 이제 그만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10-28 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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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SK 비자금 유입으로 타격을 입은 한나라당이 당 회생을 위한 카드로 여권에 대한 전면 공세전을 선택한 것은 과히 현명한 판단이 아닌 듯 싶다.

    한나라당은 28일 위기에 빠진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급변하는 정국상황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또 내년 총선 승리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당직을 개편했다.

    그러나 재선그룹의 강경파 의원들을 당직 요로에 배치한 인선 내용을 보면서 적극적인 대여 투쟁을 통해 비자금 정국을 돌파해나가겠다는 한나라당의 선택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근 한나라당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행위를 보면 아직도 스스로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자꾸 잘못된 처방전이 나오는 것 같다.

    솔직히 현재 한나라당 처지에서는 열 개의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할말이 많다. 내 탓은 없고 남의 탓만 즐비하다.

    최대표의 대국민 사과 성명만 해도 그렇다.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는 말인지, 여당과 대통령 잘못이 크니 한나라당만 비난하는 게 옳지 못하다는 항변인지 종잡을 수 없다.

    이번 당직 인선 역시 그 같은 한나라당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간택된 한나라당의 저격수 3인방, 솔직히 반갑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들이 과거 무차별적으로 퍼부었던 ‘폭로전’에 대해 국민들이 넌덜머리를 내고 있는 반증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슬쩍 내비치고 면책특권 그늘로 숨어버리는 무책임한 ‘폭로전’의 실질적 목적은 당리당략이다. 그것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일 뿐이다.

    물론 잘못된 사안에 침묵하라는 말은 아니다. 단순한 당리당략이 아닌 공익에 충실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양식있는 정치행위다.

    사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또 폭로됐지만 결말은 거의 없었다. 정치인들이 사실여부보다는 폭로하는 순간적 효과를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한나라당 의도대로 연일 폭로공세가 이어진다면 어지러운 정국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국민 몫이 될 것이다.

    국민이 느낄 피로감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한나라당의 구당책이 ‘저격수 전면배치’ 형태로 나올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정치권이 더 이상 ‘국민을 위해서’를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국민을 위해 사생결단으로 덤비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정치인이 되는 것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조금만 겸허해지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놓치고 있다.

    자성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해내는 것이야말로 내년 총선에서 최후 승자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소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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