賊 反 荷 杖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11-01 18: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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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도둑 賊, 짐질 荷, 지팡이 杖. 적(賊)은 도둑을 말한다.

    하(荷)는 어떠한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하중(荷重)이라 하여 어느 위치에 미치는 힘을 말할 때 쓰이기도 한다.

    장(杖)은 지팡이, 즉 막대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도둑이 오리려 몽둥이를 든다’는 뜻이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자기의 잘 못을 숨기지 못하고 들킬 것을 두려워하여 자기가 먼저 고백해 버리는 것을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표현한다.

    이 말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어느 마을에 도둑이 있었다. 한 꾀 많은 촌로(村老)가 이 도둑을 잡으려고 나섰으나 워낙 날쌘 도둑이라 쉬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촌로는 이런 소문을 퍼뜨렸다.

    “이상한 항아리가 있는 데 이 항아리 안에는 도둑질한 사람의 손을 물어버리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있다”

    물론 소문은 순식간에 온 동네에 퍼졌다. 촌로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모든 사람들에게 항아리에 속에 손을 집어넣도록 했다. 물론 도둑의 손을 물어버리는 괴물이 항아리에 있다는 말을 빼 놓지 않았다. 항아리 깊은 속에는 단지 먹물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죄없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있게 항아리 속 깊숙이 손을 집어넣었고 손에는 당연히 먹물이 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짜 도둑은 감히 두려워 손을 집어넣는 시늉만 할 뿐 깊숙이 손을 집어 넣을 수가 없었고 결국 먹물이 손에 묻지 않아 그 도둑은 그 자리에서 잡히고 말았다.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우리당’의 도덕성 공격에 목소리를 맞추고 있다. 열린우리당 송영진 의원의 미군 영내 도박사건과 관련, “당직사퇴만으로 어물쩍 넘겨선 안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송태영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열린우리당이 송 의원의 당직사퇴로 파문을 마무리하려는 것은, 파렴치한 행태로 전체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정치불신을 가중시킨 비행에 비춰 턱없이 미흡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열린우리당은 송 의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의원직 사퇴를 권유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징계 정도가 열린우리당의 개혁성과 도덕성을 가늠하는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양당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반하장이라는 느낌이다. 과연 어느 정당이 더 도덕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지 정녕 모르는 것인가. 항아리에 손을 담그라면 분명 이들은 손에 먹물을 묻히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하는 것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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