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 닫힌당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11-10 19: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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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11일은 “낡은 정치를 일소하고 국민들께 희망과 믿음을 드리는 새로운 정치를 열어가겠다”는 열린 우리당이 ‘깨끗한 정치 실현’의 기치를 걸고 공식출범하는 날이다.

    그동안 갖가지 험로 끝에 공식 정당으로 새단장하는 열린 우리당의 창당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격려해야 마땅하지만 실제 상황이 그렇지 못해 걱정이 앞선다.

    창당대회 하루 전날인 10일 오전 9시 30분쯤 여의도 맨하탄 호텔 15층 복도에서는 10시 개최 예정인 중앙위원회 참석을 위해 들어서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향한 침묵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20여명의 열린우리당 일산을 소속 지구당 당원과 발기인들로 같은 날 개최될 지구당 창당대회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여의도까지 몰려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배포한 성명서에 따르면 일산을 지역은 현역의원이 지역내 경선자끼리 창당일정을 협의하라는 중앙당 창당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지구당 창당일정을 추진, 급기야 중앙당 승인도 없이 지구당 창당대회를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날 이들이 침묵시위 속에서 앞세운 피킷 등에는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초심과 다르게 구태정치를 일삼고 있는 임시지도부에 대한 항거가 담긴 내용이 들어있어 일그러진 열린 우리당의 초상을 대변하고 있었다.

    지구당 창당일정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은 비단 이 곳뿐만 아니다. 며칠 전 대회장에 고성이 오가 아수라장이 된 강서을(서울) 지역의 창당대회도 그렇고 남원 순창(전북) 지역에서도 현역인 이강래 의원이 지역인사에 의해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사건도 있었다.

    지난 해 12월 22일 당시 민주당 소장파 의원 24명이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며 신당의 필요성을 역설할 당시의 가장 큰 명분은 구태정치를 타파하고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

    국민들이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의원 등의 외로운 행보에 독수리 5형제라는 애칭과 함께 아낌없는 성원과 위로를 보냈던 것도 그들이 양지의 기득권을 버리고 소신을 위해 험난한 진로를 택했던 ‘이유’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열린 우리당은 기존의 정치권과의 확연한 차별화를 모토로 국민참여와 깨끗한 정치실현을 추구하는 등 정치개혁을 핵심키워드로 내세워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게 사실이다.

    지구당 폐지와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 등 정당 민주화 노선에 가장 앞서 나간 것도 열린 우리당이 국민적 지지를 모으는 계기였다.

    그런데 중앙당 창당을 하루 앞둔 지금 이곳 저곳으로부터 들려오는 파열음은 무엇인가.

    급기야는 ‘열린우리당이 아닌 닫힌 너희당이 되려고 하느냐’며 절규하는 당원 게시판 목소리를 깡그리 지워버리는 구태가 자행되기까지 한다.

    열린 우리당의 미래가 살얼음판 딛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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