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타령 이제 그만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3-12-17 20: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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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INK:1} 뭔가를 잘못했을 때, 오류의 당사자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기 마련이다.

    특히 자신의 잘못을 진실로 통감하는 경우 대부분 ‘할 말 없음’ 제스처로 백기투항 의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나마 이런 저런 변명거리를 끌어다 댈 수 있다면 약간의 여유가 남아있을 때라는 점에서 그다지 치명적인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기업으로부터 100억 단위의 선거자금을 기존의 사과박스 규모를 넘어 2.5t 트럭 째 받았다는 일명 ‘차떼기’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지층 조차 외면할 만큼 어마어마한 중대범죄를 지은 것으로 찍히기 충분했다.

    보통 같으면 입이 백 개 있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한나라당은 날마다 ‘할 말’이 많다. 그 할 말을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일 쏟아내며 정국 주도권 쟁탈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색깔론’까지 동원했다. 그동안 단식투쟁이니 기자회견이니 각종 이벤트로 정국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도맡아 온 원내 거대야당의 체모로 볼 때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17일 최대표는 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단 및 시도지부 위원장단 임명장 수여식 자리에서 청와대 386 참모진들을 향해 ‘색깔공세’를 폈다.

    최대표는“노무현 대통령 주변의 386 참모들에 대해 상당수가 주사파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고 총선 승리하면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하려 할 것”이라며 “나라가 어려운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386 참모들이) 이 기회에 나라의 근본을 뒤집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 한나라당 안에 포진해 있는 386 인사는 같은 색깔이 아닌가?)

    최대표는 잠깐 현실인식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이 어느 때 인데 아직도 구시대적 흑색선전 전략의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입으로는 “차떼기 당이 돼서 염치가 없고, 얼굴 내놓고 다니기가 민망하다”고 하면서도 실상 그럴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최대표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는 비단 최대표 개인에 국한된 지적은 아니다.

    “대선 자금 500억 아무것도 아니야. 그동안 역대 대선에서 쓴 선거자금이 얼만줄 알어? 불법대선자금 청산? 말은 좋지만 그 자체가 무모한 짓이야. 차라리 대선을 없애는 게 훨씬 쉽지.”

    이 발언의 당사자는 지금 한나라당 물갈이 대상의 범주에 드는 모 인사다. 이 발언이 현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것일까.

    ‘수구당’ ‘노인당’ 소리는 괜히 듣는 소리가 아니다.

    잘못을 깨달았다면 자기의 잘못만 가지고 반성하는 것이 진정한 뉘우침의 자세다.

    한나라당은 진실만큼 큰 힘은 없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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