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세상사는이야기 / 시민일보 / 2004-05-13 22: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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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INK:1} 지난 시절 미래를 촉망받던 한 친구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술에 취해 외치는 레파토리가 있다.

    “전xx가 없었다면 오늘 날 나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야.

    그 x 때문에 내 인생은 망쳤어”

    청춘이 묻힌 80년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콧등의 시큰거림 없이 돌이킬 수 없는 그 시절,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공통분모로 기억의 저편에서 울분의 근원이 되고 있는 사람이 바로 x다.

    그 사람은 총재산이 29만1000원뿐이어서 거액의 추징금을 갚을 수 없는데도 여전히 전직 대통령 예우를 즐기며 호화판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불가사의한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왜 그를 거론하게 됐냐하면 그의 부인 이순자씨가 검찰조사에서의 ‘알토란 같은 130억원’ 발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남편의 비자금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안대희, 주임검사 유재만)에 의해 자신이 관리해오던 비자금(남편의 비자금 중 일부)이 드러나자 206억원을 남편의 추징금으로 대신 낼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오리발을 내밀던 그들이 이같은 심경변화를 일으키게 된 것을 두고 개과천선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좁혀오는 검찰수사망을 무마하려는 간교한 제스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정에 선 남편이 가진 재산이 29만1000원 뿐이라며 재산면탈의 죄를 자행하면서 법정에서 수모를 받는 순간에도,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까지 법원 경매로 넘어가던 때조차도 ‘나 돈 없수’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녀에게 백기를 들게 한 검찰수사는 상당한 쾌거를 올린 셈이다.

    법을 조롱하던 그들이 그나마 빙산의 일각이라도 가진 돈을 토해 놓게 만든 것으로 일단은 체증이 뚫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방향감각을 잃은 듯한 이씨의 현실인식은 여전히 코미디감이다.

    돈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천박하기 그지없다.

    이씨는 검찰 조사를 받는 도중 “130억원은 결혼해 친정에서 살 때 폐물 판 돈으로 이태원 땅을 사서 2배로 불리는 등 어렵게 모은 돈이 불어난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고 애착을 보이며 30여 분간이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씨는 거짓말을 한 것은 물론 ‘알토란’이라는 고운 의미의 우리말도 모독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씨 부부의 재산 축적 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다.

    혹 그녀가 쇼크 때문에 백담사에서 살다 이제 내려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면 몰라도 불법자금을 알뜰하게 규모있는 살림솜씨로 모은 돈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불성설이다.

    한 시절을 풍미했어도 결코 곱게 늙어가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니 얼마전 DJ가 정치권에 화두로 던진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인생, 정말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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