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외교안보 상황은 어떠한가?

    기고 / 시민일보 / 2004-09-21 20: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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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진 국회의원
    {ILINK:1}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추진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은 대북 억지력의 약화와 안보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도 불구하고 심화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불편함 역시 안보불안 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총체적인 외교안보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데도 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신 ‘자주외교, 자주국방’ 등 정치적 수사와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안보공백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내 정치와 마찬가지로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편향된 코드주의’, ‘무원칙과 무전략’이 횡행하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미래로 뻗어나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과거에 발목이 잡혀 소모적인 정쟁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 상태로는 우리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통합하고 경제의 성장 동력을 다시 살리고, 신뢰에 바탕을 둔 동맹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면서 미래를 위한 실용주의적 국익우선 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내정치가 비록 일시적인 정쟁 속에 빠져있다 하더라도 외교안보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다.

    오직 무한경쟁의 시대 속에 살아남기 위한 국가 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필자를 비롯한 방미 대표단은 5박6일의 일정 동안 한 순간도 그러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금번 방문을 마치고 노무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정부는 미국의 변화하는 대외정책 기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긴밀히 대처하면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막아야 한다. 친미와 반미의 일차원적인 이분법을 초월해 실용주의적 국가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미국 공화당의 대외정책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대전제 하에 대외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조정되고 있다.

    민주당의 대외정책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조정중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간의 흔들리는 신뢰를 바로잡아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지향적이며 자기중심적이며 편향된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 외교안보관부터 수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미국 대선 이후 결과와 상관없이 미군 감축 및 재배치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을 위한 면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북한의 안보위협이 계속되는 한 대북억지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한국 안보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또한 현지에서 파악한 결과 주한미군 감축은 대선이라는 미국의 국내정치적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남북한 군사대치 상황에서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하고, 주한미군 재비치 및 기지이전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데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급격한 미군 감축을 한다면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 계속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을 통해 미군 감축의 일정과 규모 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미국 측에 계속 설명하고 신중한 판단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문제는 “할말은 하고 산다”, “바지가랑이 붙잡지 않는다”라는 무책임하고 안이한 자세로 다루기에는 너무나 위중한 국가안보의 최대 현안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이 만에 하나 장거리미사일 실험 발사 또는 핵 실험 등의 극단적인 도발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설득해야 한다.

    미 정가에 10월의 충격설이 퍼져있고, 미국 행정부 관계자와 우리 정부 관계자 역시 그러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 언론사의 고위 간부도 그러한 충격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외면 내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현실적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또는 핵 실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있을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안보이다. 그것이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가는 핵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사안이다.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이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국제정치야말로 무한경쟁의 치열함을, 약육강식의 냉정함을 그대로 옮겨 놓은 전쟁터이다.

    물론 우리는 나라와 민족의 발전,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기대와 이상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자기중심적이고 과거회귀적인 맹목적 민족주의로는 더더욱 실현될 수 없다.

    지금 한국은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세계 질서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웅크리고 앉아서는, 미래가 아닌 과거에 얽매여서는 소리 없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새로 채택된 미국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A choice between moving forward and turning back(미래로 나가느냐 과거로 회귀하느냐의 선택)”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단지 미국의 선택일 뿐만 아니라 2004년 9월 한국 정치권이 고민해야할 최대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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