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NGO감시단활동을 보면서

    기고 / 시민일보 / 2004-10-13 20: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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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 병 두 국회의원
    {ILINK:1} 100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 및 시민들이 17대 국회에 들어 국정감사를 ‘감사’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시민사회가 성숙했다는 한 척도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문화일보 정치부 국회정당팀 팀장으로 활동할 당시에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감사한다’는 기획을 한 바 있다. 미국 시민단체의 활동에 착안한 것으로 정치권력과 ‘시민권력’간의 일방적 관계를 바꾸는데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절반 가까운 상임위에서는 시민단체의 방청을 불허했다. 문화일보는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결국 10개 이상의 상임위가 방청을 허용했다.

    그 다음해에는 서울 송파와 인천 계양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이때 각 정당과 후보에게 요청해 시민단체의 사무실 상주 불법 선거운동 감시, 일일 선거비용 공개를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지금은 선거법도 고쳐져 선거관리위 직원과 시민단체의 감시가 허용됐고 상당수 의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선거비용을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의 새로운 활동영역 개척에 나름대로 기여한 본의원으로서는 시민단체의 국정감사 활동이 날로 발전하는 것이 매우 뜻 깊다.

    시민단체의 국정감사 감사를 제일 먼저 제안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견제도 중요하지만 애정 어린 시각을 갖고 비판에 임해주기 바란다.

    요즘 알 카에다가 한국을 테러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국회의사당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알 카에다가 국회를 테러하면 전 국민이 좋아하기 때문에 결코 의사당을 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국회의원이 아직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고 있지만 국회를 희화화시키는 것이 꼭 비판적이라고 보는 것은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마치 전 상임위에서 여야가 정쟁만 하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시민단체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70-80%의 논의는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민이 정확히 국회가 운영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시민단체의 몫이다.

    둘째, 평가기준이다. 물론 질의내용의 적절성, 준비성, 중복질의 여부, 추가질의 등 질의의 심층성도 중요한 평가 잣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잣대는 정책대안능력, 의제주도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잣대를 갖고 국정감사를 감사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전문성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에서도 감사요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앞으로는 평가보다 평가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시민단체의 경우에는 진보적 단체부터 보수적 단체까지 각각 나름대로의 평가자료를 제시한다. 주로 정책과 예산, 법안에 집중되며 결국 최종적인 평가자료는 법안이다. 미국은 예산도 법안으로 다루기 때문에 법안표결에는 예산에 대한 의원의 철학도 포함돼 있다.
    가령 낙태의 허용범위를 둘러싸고 ‘기독교국가’인 미국에서는 끊임없는 논쟁이 벌어진다. 낙태를 찬성하는 단체나 반대하는 단체나 각각 낙태관련 법안에 대해 어떤 의원이 어떻게 표결했나를 보고, 그 과정에서 각 의원이 한 역할, 발언 등을 수집한다. 우리도 국가보안법, 과거사, 역사교과서, 군사기밀누출문제, 공정거래법, 사립학교법 등 수많은 쟁점이 있다. 미국 시민단체와 같은 접근 방법을 사용한다면 유권자들의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기계적 중립의 자세가 아니라 원인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많은 언론은 여야간 쟁점이 형성되었을 때 기계적 중립으로 가거나 여야 이상의 정파적 관점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국민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많고 국민과 여론도 양분되곤 한다.

    군사기밀 유출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국회의원이 군사기밀을 유출한 것은 명백히 잘못이다. 미국에서 2001년 상하양원 정보위원 합동회의에 테러관련 정보를 CIA가 보고한 일이 있다. 한 의원이 언론에 이 보고 내용을 유출했고, 대통령은 유출경위 조사를 지시했다. CIA는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어떤 의원이 유출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일부 의원은 국가안보가 더 중요하다며 국회에 대한 모욕으로 보일 수 있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응했다. 결국 상하양원 정보위원장이 사과했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야당에서는 군사기밀로 분류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의원 개개인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War Game Synario를 하나하나 유출한다면 결국 북한의 위협 앞에서 발가벗는 것이나 다름없다.

    군사기밀 분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이에 대해서는 국회 정보위에서 제도개선 차원에서 앞으로 다루면 될 것이다.

    여야간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때로는 심도 있는 분석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지금까지 시민단체가 해왔던 것처럼 의미 있는 일이며 앞으로 국정감사에 대한 감사에서 더욱 유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정감사에 대한 감사에 나서는 1000여명의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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