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일본을 불안하게 하는가

    기고 / 시민일보 / 2005-03-15 20: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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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 우 국회의원
    {ILINK:1} 지금 일본이 방황하고 있다. 소니(Sony), 토요타(Toyota)의 시대가 가고 이를 대체할 상품 개발에 실패했다.

    소니와 함께 일본 문화의 침투를 걱정하던 한국이 삼성과 현대로 일본이 해야 할 몫을 대신하고 있다.

    이른바 한류는 6,70년대 일본 문화의 흐름과 같다. 남북이 과거와 같은 적대감도 없고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새롭게 재기를 시작해 엄청난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강대국이다.

    일본의 불안감의 실체가 여기에 있다.

    섬나라 일본! 오다 노부나가, 도꾸가와 이에야스, 토요토미 히데요시로 대표되는 막부 시대, 어쩌면 일본의 본질일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철학이 모두 녹아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막부의 마굿간 지기로 무사의 첫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고참 마굿간 지기가 일은 가르치지 않고 괴롭히기만 한다. 어느날 마굿간을 하루에 깨끗히 치우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히데요시는 그걸 다 해내고 만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그 일로 막부의 인정을 받는다.

    그 이후로도 히데요시는 궂은일,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그만의 큰 꿈을 결코 잊지 않는다.

    남들이 이긴다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을 알고 다 진다고 해도 승리로 이끌며, 전쟁에서는 잔인하리만큼 용맹하지만 일개 기방의 기생에게도 정을 주는 ‘사나이 히데요시’. 생김새는 원숭이처럼 생겼지만 기어이 막부의 최고 실력자가 되고 일본을 평정한다.

    그 힘을 어쩌지 못해 조선을 침략하는데 이것이 임진왜란이다. 이 이야기는 ‘쇼군’이라는 일본판 소설의 줄거리다. ‘다이묘’와 쌍벽을 이루는 일본의 대하 장편 소설이다.

    우리는 흔히 일본 우동가게의 150년된 가마솥이 한 번도 국물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교훈 삼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작은 일에 충실하며 큰 꿈을 가지고 성공하는 모델이 일본 소설 ‘쇼군’의 철학이다.

    이는 일본인에게 아주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그렇게 좋은 생각과 노력으로 힘을 키우고나면 반드시 조선을 향한다.

    이것이 숙명인지도 모른다. 태평양은 너무 멀고 파도가 험난한 모양이다. 그들에게 대륙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지향인 모양이다.

    일본은 80년대 이후 그들의 노쇠함을 스스로 극복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 10년간 일본의 정체는 바로 세대 교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클린턴을 기점으로 영국 등 서구 제국들도 모두 전후세대로의, 68세대 이후로의 연착륙에 성공했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혁신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물론 기업하는 사람들은 원자재나 기초 기술을 세계 최고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세계는 디지털을 넘어 새로운 기술 세계로 가고 있다. 진부한 노 정객들이 아직도 신사를 고집하고 대동아 공영의 헛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한 일본의 전후세대는 더더욱 세계적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다.

    한류의 일본 열풍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물론 양태는 다르지만.

    이를 나선형적 역사 발전이라 한다.

    일본이 백제 문화에 푹 빠져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들의 조잡스러움은 담징의 붓끝으로 인해 부끄러움의 치를 떨게 되었다.

    이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

    오늘 일본의 불안감은 물질적 부를 주체할 수 없는 비전의 빈곤에서 기인한다.

    세계인의 찬사를 받던 소니의 일본이 다시 국가주의, 군국주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인을 불행하게 하는 일이다.

    마굿간지기로 시작한 히데요시의 인간승리는 결국 임진왜란으로 대단원을 이루고 끝난다. 이것이 일본 역사의 한계라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에서 현명하게도 서구 실용주의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메이지 유신의 끝이 조선 침략으로 끝난 것이 결국 일본의 패망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은 이제 그들의 물질적 부를 다스릴 비전이 무엇인지 그 일본적 집단성으로 통찰하여야 한다. 정치적 세대교체, 새로운 산업혁신, 세계인에 대한 평화적 공헌을 일본인들은 생각해야 할 때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그들의 정체감, 불안감을 지금 독도로 돌리고 있다.

    이에 우리의 대응 자세도 즉자적이어서는 안된다. 마치 구한말처럼 의사 열사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더 중요한 남북한....어떻게 이 역사적 변화의 징조를 정확히 읽어낼 것이며 대처할 것인가? 이럴 때 일수록 우리 한국인의 역할이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제 잇속에 눈이 어두워 큰 흐름을 못 보고 결국 망국의 길로 간 100년 전을 반복할 것인지 남북이 화해하고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단결하여 향후 전개될 국제 정세를 헤쳐 나갈지 바로 우리의 손에 달렸다.

    지도자의 리더십, 그리고 언론의 지혜로운 역할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꿈이 크면 불안하지 않다.

    일본에게 더 큰 꿈을 주어야 한다, 바로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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