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마저 버리고 있는 북핵(核)

    기고 / 시민일보 / 2005-04-27 20: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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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태 우 (국제정치학박사)
    한반도에 몸을 얹고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근자에 느끼는 안보 체감지수는 대단히 불안하고 예측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외교부가 북한 핵(核)을 다루는 그동안에 애매한 입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느낌을 주는 지난 25일의 연설에 반영된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단호한 어법에 많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헌법에 보장된 설치내규를 벗어나는 월권행위로 외교부의 정당한 발언권 및 정책집행권이 축소지향적으로 흘러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반 장관의 단호한 어법은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외교부의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반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21세기 동북아미래포럼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核)실험까지 하게 되면 그 때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길로 가게 될 것이며,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도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생거(David E. Sanger)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 기자도 25일자로 “미국 정부는 현재 특정 국가가 핵 물질이나 핵 관련 부품을 반입·반출할 경우 이를 막는 권한을 모든 국가에게 부여하는 유엔의 결의안을 논의중이고, 이 결의안의 숨은 의도중의 하나가 중국에게 중국·북한 국경을 감시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을 주기 위한 것으로 실제적으로는 북한을 지목한 것”이라는 주장의 기사를 적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과 우리 정부의 더 강경한 목소리에 북한은 또 다시 외교적 강성 수사(修辭)를 동원하여 국제사회를 비롯한 미국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곧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는 반격을 하였다. 북한은 아직도 6자회담 참가를 위한 명분과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하여 미국은 하루빨리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 같으면 침묵으로 답을 했을 우리 정부가 반 장관의 동북아미래포럼 연설을 통해 “북한이 무모하게 핵실험까지 하는 조치를 취하면 이제까지 고립되어 왔던 북한 스스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는 나름의 응당한 답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외교부가 본래의 위상을 되찾고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한 북한에 대한 말 중에서 “얼굴을 붉힐 일이 있으면 붉힐 것”이라는 뜻을 잘 새겨들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한 조간신문의 칼럼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지난 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는 최근에 ‘신한·일 독트린’을 채택하고 ‘작계 5029’의 추진 중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는 행위에서 보듯이, NSC가 사실상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최고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좋은 예이다.

    법규적인 면에서도 헌법(91조 1항)과 국가안전보장회의법(3조)상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되어있으나, 작금의 행동반경을 보면 NSC가 사실상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최상위 기관처럼 군림하고 있는데, 이러한 운용에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점이 있다는 지적에 정부의 최고 통치권자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부 정책추진의 큰 화두(話頭)는 개혁을 통한 부당한 기득권세력에 편향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에 대한 체질개선을 이루기 위한 ‘변화와 참여’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학자들 사이에서 ‘포퓰리즘(populism)’ 혹은 ‘대중인기영합주의’ 라는 것이 대중을 동원하고 이들의 직접 참여에 의한 정치체제에서 민중들의 표를 의식해 경제논리에 반(反)한 정책을 펴는 것을 의미하였는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안보영역인 대북문제까지도 대중주의의 영향을 받는 인상을 주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땅의 젊은이들의 바람과 희망을 저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감상적인 우리정부의 ‘북한정권 두둔 및 감싸기 전략’은 이제 현실적으로 국내외 여건상, 그리고 북한의 비현실적인 처신으로 인하여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이번에 모처럼 나온 외교부 장관의 심각한 북한체제 인식에 기반한 단호한 발언이 우리 정부가 앞으로 추구할 대북정책 전환의 기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과감한 개혁과 분배에 대한 열망을 안고 시작하는 포률리즘은 ‘정치적 편의주의와 기회주의’로 전락하는 함정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페론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인기위주의 정책을 추진한 결과, 그 나라의 위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질 않는가?

    최근에 급박하게 대두되고 있는 북핵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북한의 정확한 현실인식에서부터 가능할 것이다.

    이번에 모처럼 나온 외교부장관의 북한에 대한 정확한 판단 및 단호한 메시지가 비(非)외교부서 및 인사들에 의해서, 단지 우리 국민들의 순수한 뜻과 바람을 핑계 삼아서, 다시 유화적인 대북 제스처로 전환되지 않길 바란다.

    이번에 “북한이 하루빨리 현실적으로 국면을 판단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외교부의 메시지는 국제사회의 의중을 담은 최후통첩성 경고이기에, 우리 국민들도 냉정한 판단으로 북한체제의 대응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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