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는 제17대 국회

    기고 / 시민일보 / 2005-05-03 20: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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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학 진 국회의원
    {ILINK:1} 지난해 4월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낡은 정치 청산과 개혁에 대한 열정으로, 정치 불신을 야기하고 국민들을 철저히 무시해왔던 의회권력을 사상 처음 교체하였다.

    또한, 10명의 민주노동당 당선자, 39명의 여성 당선자 등 그동안 정치적으로 소외받았던 계층의 대변자들을 대거 원내에 진출시킴으로써 17대 국회를 명실상부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만들었다.

    17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과연 17대 국회가 16대 및 이전 국회와 비교할 때 무엇이 달라졌나” 스스로 뒤돌아 볼 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부터 느껴져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17대 국회는 의원전용 엘리베이터 폐지 등 특권의식과 방탄국회를 없애는 한편, 정경유착을 근절하여 깨끗한 정치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예결위 상임위화·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법정개원일부터 지키지 못한 17대 국회는 선거법을 위반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는가 하면 면책특권을 악용한 흑색선전의 장이 되었고 색깔론의 망령이 활개치는 자유공간이 되었다.

    의안처리 현황을 보면, 17대 국회 개원 이후 올해 2월 임시국회까지 17대 국회는 접수한 1,452건의 의안 중 677건을 처리해 의안 처리비율이 46.6%에 불과하여 동 기간 16대 국회의 61%(661건 접수, 403건 처리)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동 기간 17대 국회의 본회의 개회일수는 40일로서 16대 국회의 본회의 개회일수 47일 보다 7일이나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 개혁입법 처리 현황을 보면,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 등 몇 건에 불과하고 그것도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하였으며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등 나머지 개혁법안들은 상임위에서 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16대 국회 때 보다 본회의 개회일수는 줄어들고 처리해야 될 의안은 늘어나 본회의에서 많게는 하루에 100건이 넘는 안건을 처리할 때도 있었다.

    이때마다 통과되는 법안에 대한 토론은커녕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거수기로 전락해야만 했던 나와 선후배 동료의원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 바라보았던 17대 국회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처럼 “이전 국회보다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라는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는 17대 국회를 1년간 경험하면서 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17대 국회가 이전 국회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의원입법 현황을 보면, 17대 국회 개원 이래 997건의 법안을 발의하여 동 기간 16대 국회에서의 305건 보다 무려 3배 이상 늘어나 국회의원들이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의 문제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정쟁에 따른 국회공전 등 외적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임위나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감사에서 늑장회의나 피감기관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 폭로성 발언 등 구태가 많이 사라지고 성실한 준비를 통해 정책과 대안을 중심으로 한 질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 당의 당론에 관계없이 현안이나 쟁점사항에 대해 날카롭게 문제제기를 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고 ‘초선연대’와 같이 국회 개혁을 위해 여야를 떠나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이러한 희망찬 흐름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일하는 국회, 민생국회, 개혁국회를 일구는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인 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본회의 회의일수를 늘려 법안 등 안건처리가 치열한 토론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총리의 국정연설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루에 하는 것으로 정례화하거나 대정부질문을 현안 중심으로 진행해 안건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수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피감기관에 대한 치밀한 감사를 위해 현재 정기국회에서 약 2주간에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를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 피감기관을 적절히 배분하여 상시적으로 감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나 색깔론을 제기하여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행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에 대한 제한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백지신탁제도 도입을 비롯한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 다양한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안일지라도 국회라는 열린공간에서 치열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의지와 자세, 소수 존중과 다수결의 원리라는 국회법의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라 할 것이다.
    아울러 개인과 정당의 이익이 아닌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 국민의 어려움에는 아랑곳 않고 국민을 무시하고 자신과 소속 정당의 이익에만 치중한다면, 다른 나무에게 붙어 양분을 취하면서 오로지 제 삶에만 열중하는 새삼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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