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외교 이겼다고 뽐내지 말길

    기고 / 시민일보 / 2005-11-24 2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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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ILINK:1} 테러와 반테러, 이라크 전쟁으로 대표되는 부시와 고이즈미의 최근 외교는 이제껏 봐왔던 우리의 전통적 우방국가의 외교수준과 비교하면 노선 없는 낮은 실무수준의 외교처럼 비춰지고 있다. 부시와 고이즈미의 외교가 과연 무엇을 지향하는지, 목표가 무엇인지, 장기적, 단기적 외교 아젠다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답답한 행보를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탈냉전 이후 현재-미래의 세계질서를 책임져야 할 세계중심국가의 수반으로서 부시와 고이즈미는 우방인 우리가 보더라도 정말 안타까우리만큼 외교적 실책에 실책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는 이라크전을 재집권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2기 집권 전기간을 이라크전의 수렁으로부터 탈출하지 못하고 해메고 있다. 가장 가까운 우방으로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 내야할 프랑스와 독일이 이라크전에 보내는 반응은 싸늘하리만큼 냉담하다. 오히려 미국과 프랑스가 뉴올리안즈의 대홍수나 이슬람주민들의 저항을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삿대질하고 있다.

    이라크전은 이미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존재하지 않은 생화학무기에 전쟁명분을 왜곡시킨다든지 유엔의 평화유지군이 아닌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에 의한 전쟁돌입은 이미 그 실패를 예고케 하는 것이었다. “친구들을 규합하지 못하고 패싸움하는 꼴”이 되어버린 부시의 이라크전 개전과 지속은 이미 미국내의 평화세력들에 의해 잘못된 불의의 전쟁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의회, 정부관료, 정보기관 등 미국 내에서는 제2의 베트남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현실주의적인 실용주의 외교노선이 담당자들의 조언을 거부하고 일부 네오콘들의 강경노선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결과가 오늘의 미국 외교의 현실이다. 교육, 문화, IT, 상호교류 등의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한 도덕적 헤게모니가 평화를 이루는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헤게모니가 결여된 군사력, 일방주의에 기반한 세계경찰국가로써의 역할 수행이라는 협소한 외교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인들은 화합과 평화가 기대되는 새로운 시대상황에 있으면서도 부시의 외교전략으로 인해 또 다른 배타주의와 문명충돌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철저히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와 마찬가지로 고이즈미가 최근 보이고 있는 외교행보는 점입가경이다. 2차대전에 대한 진정한 사과 없이 계속되는 신사참배가 지난날 식민지배를 경험한 아시아의 제 국가들에게 강한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평화를 위한 미래구상을 제시하기는커녕 세계의 시대변화와 동떨어진 퇴행적 외교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고이즈미에게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다. 특히 역사왜곡과 교과서 왜곡으로 지난날의 식민고통을 체험한 국가들이 보이는 반감은 정도를 넘어 분노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번 APEC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왕따 현상은 그 외교적 노선의 실패에서 기인한 바 크다.
    고이즈미가 시대흐름과 거꾸로 가는 외고집 외교행태를 지속하는 한 아시아 태평양의 제 국가들의 국민들의 마음으로부터 일본이 점점 더 멀어지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고이즈미를 비롯해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주장하는 보통국가론도 국가주의와 군국주의 그리고 대결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면 그들의 사상을 근본적으로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합리화 하기 위한 억지 주장과 대응을 되풀이 한다면 일본의 외교적 고립은 점점 가속화 하게 될 것이다. 이번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노대통령은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다. 국가의 이미지와 브랜드가치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지난번의 남북핵협상의 6자회담의 성과와 더불어 이념과 세대 정당과 정파를 넘어서 우리국민 모두가 단합한 결과일 것이다. 또한 동북아 균형자론을 비롯한 시대변화를 외교에 적극반영하려는 외교종사자들과 노대통령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세계화의 시위가 어느 때 보다고 격렬했고 그 요구가 분명한 것에서 보듯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나온 과실로 인해 소외당하고 있는 세계의 시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직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시와 고이즈미가 펼치는 시대착오적 외교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노대통령이 외교적인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부분도 있다. 노대통령은 반사이익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아시아 평화국가들이 외면한 부시와 고이즈미의 외교적 한계와 실책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설득하여 새로운 외교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제 외교는 전환기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말 그대로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세계화가 보편화된 외교의 세기이다. 외교가 곧 힘이요 국력이다. 무한 경쟁의 국제 현실 속에서 국가의 위상을 제고하고 평화의 동북아 구상을 본격화해야 할 우리의 현실 속에서 부시와 고이즈미의 외교적 실패를 교훈으로 우리 나름의 신외교전략 수립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아울러 이라크에 파견된 우리의 장병들이 하루빨리 철군하여 정의롭지 못한 전쟁에 장기간 참여함으로써 발생한 고통에 대해 이라크 국민에게 사과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당당한 목소리로 우방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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