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엔 군대가 아닌 평화가…

    기고 / 시민일보 / 2005-11-29 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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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ILINK:1} 철군해도 늦은 판에 감군이라니?
    국방부는 18일 자이툰부대 1000여명을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한 파병연장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철수병력 규모와 철수시기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한다. 2003년 12월17일 3000명이 넘는 자이툰 부대, 즉 건설공병지원단과 의료지원단, 그리고 부대 경비단의 파병이 결정된 이래 2년만에 감군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과연 1천명의 감군조치가 이라크 파병에 대해 정부의 올바른 해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이라크 전쟁은 왜곡된 전쟁명분으로 시작하여 비인도적인 전쟁수행과정으로 얼룩진 인류 역사상 또 하나의 정의롭지 못한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전쟁에 우리 장병 3200여명이 테러와 안전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평화애호국으로서 의무를 방치한 사실에 대해 늦기 전에 우리 정부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의로운 평화적 해결책은 감군과 파병연장이 아닌, 즉각적인 자이툰부대의 철군과 UN을 통한 평화적인 이라크 전후복구 체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만약 근본적 전쟁의 성격을 간과하고 계속 전쟁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면 ‘제2의 베트남전’의 수렁으로 빠지고 있는 미국과 같은 운명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된 가장 큰 이유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평화재건이었다. 그러나 이미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왜곡된 명분을 근거로 시작된 전쟁이었다는 것이 미 의회에 의해 속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 왜곡, 민간인 피해, 현지 주둔군에 대한 위협 증가 등 시간이 지날수록 당초 파병의 목적과 어긋나는 현지상황으로 인해 이라크에 파병했던 세계 각국이 이미 철군을 완료했거나 2006년까지 철군을 단행할 예정이다.

    일본과 호주도 이라크 파병군의 철군을 할 예정이다. 이라크에 공병 500명을 파병한 일본은 내년 5월부터 철군을 시작할 것이라고 지난 11월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일본 공병대의 경비를 맡고 있는 호주도 일본이 철수하면 2006년 중반 450명의 중무장 병력 철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더 오스트레일리아>가 보도했다. 또한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지난 11월14일, 내년 말 이라크에서 철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내년까지 일본, 호주, 영국군이 대부분의 병력을 철군시키게 된다면 한국군은 미국에 이어 최대 병력을 주둔시키는 다국적군의 중심국가가 된다. 철군이 가속화 된다면 미국을 제외한 모든 다국적군을 다 합해도 한국군보다 적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라크바디카운트(IBC,www.iraqbodycount. net)의 통계를 보면 11월10일 현재 2003년 3월 전쟁 개시 후 약 3만318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근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라크 군대 재건,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임무”라는 기사에서 미국이 평화재건의 근거로 내세운 ‘치안인력 양성’은 거의 실패한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우리 정부는 자이툰 부대의 주둔으로 이라크 재건사업에 한국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이라크 평화를 위한 파병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수차례 발표하였다. 그러나 하루 수십 건의 유혈사태가 일어나는 이라크에서는 재건기업은 물론 인도적 지원단체도 대부분 철수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19일과 21일 KOICA 지원물자를 싣고 요르단 아카바항을 출발해 이라크 바그다드로 향하던 차량 14대가 바그다드 서쪽 150㎞ 지점에서 억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트럭에는 이라크 18개 국립대학에 지원할 350만달러 상당의 컴퓨터 및 인터넷 장비가 실려 있었다.

    또한 이라크 재건사업이라는 담보로 파병을 한다는 것은 평화유지라는 당초의 명분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3,260여명의 군인들의 목숨까지 걸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전장에 민간기업들을 이라크로 보내는 것이 과연 헌법 5조에 명시된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불인한다’는 조항과 부합되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냉전이 해소된 새로운 국제정세하에서 국제분쟁지역내의 소수민족 및 인권침해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대응수단은 UN의 개입이다. UN은 국제사회의 명분을 바탕으로 실천가능한 군사적, 경제적, 국제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레짐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주둔군을 철수한 스페인과 반전국인 독일·프랑스가 이라크 사태를 UN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합의한 이후(2004. 4. 29 베를린 회담) 국제사회는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적 해법에서 탈피하려 하고 있다.

    파병국가들은 속속 철군을 결정함으로써 미국중심의 군사개입에서 벗어나 새로운 평화재건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미국의 일방주의에 근거를 둔 이라크 파병연장에서 탈피하여 명분과 원칙이 있는 UN 중심의 이라크 평화재건 대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평화는 내부에서 자라나는 것이지 외부에서 강제로 심는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라크 파병연장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감군이 아닌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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