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등수매기기

    기고 / 시민일보 / 2005-12-04 20: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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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
    {ILINK:1} 해마다 국감이 끝날 때면 NGO 단체들이 국회의원의 국감 성적표를 제출하고 각 상임위별로 서너 명의 의원을 여야 동수로 나누어서 우수의원이라고 발표를 한다. 언제부터 국회가 이런 시민단체들의 평가를 수용하였는지 모르나 올 해도 국감이 끝나자 얼마 전 의원회관에서 우수의원 표창이 있었다. 그날 의원회관의 각 의원 방에서는 꽃다발을 준비하여 축하한다고 다들 부산한 모습이었다.

    이 뿐인가? 각 지역에서도 지역의 시민단체, 경실련 등에서 자기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특히 국정감사 활동을 평가하여 이를 항목별로 나누어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를 집계하여 의원의 성적을 A, B, C 학점 등으로 발표를 한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별거 아니라고 치부하지만 우수회원에 끼이지 못하게 되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지역주민들이 다들 지켜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하여 의외로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 NGO들의 평가에서 농해수위의 국감우수의원으로는 끼이지 못했다. 또한 우수의원이 될 엄두를 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부산시 출신 비례대표를 포함한 여야 국회의원 22명에 대한 부산 경실련의 평가에서는 2명의 A학점 의원 중 한명이 되었다.

    그러면 똑 같은 의정활동을 두고 왜 이리 평가기관마다 차이가 나는가? 그들의 평가기준이 각 다르기 때문이다. 즉 국회 NGO 단 평가의 경우 농해수위의 경우에는 평가 항목이 여러 개 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농어민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정책 활동”이 들어 있다. 그 외에도 출석율, 정책 대안제시 능력, 감사의 실효성 등 일반적인 항목이 있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농 어촌 지역 출신 지역구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 농어민의 권익옹호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실제로 나는 개방론자이다. 올해 5000억불의 수출입을 하고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이며 수출에 나라의 명운을 걸고 있는 우리나라는 필연적으로 농업개방의 세계 조류에 협력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쌀시장 개방과 관련된 핫이슈에서도 나는 NGO들에게 미운털이 박혔으므로 좋은 평가를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 쌀 협상 비준동의안에도 찬성표를 던진 몇 안 되는 농해수 위원 중 하나이다.
    결국 이 우수의원이란 것의 평가 기준이 평가기관마다 다르다면 그 평가 결과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평가를 가지고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수상을 한다면 이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회의원은 국익을 앞세우고 국민을 보고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평가기관의 구미에 맞는 정치를 하면 어찌되나? 결국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또한 국회의원들의 불평의 소리도 높다.

    첫째, 이 평가는 비례대표의원 보다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에게 불리하다. 비례대표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정책 활동과 국감준비에 몰두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구관리의 번다한 일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둘째, 국감 중에도 정당을 지휘해야 하는 사령탑에 해당하는 당직자들은 사실상 국감활동이 제한받는다. 그들은 애초에 평가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 경쟁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고무, 독려한다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우수 국회의원평가는 반대한다. 그런데 이런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활동을 못하도록 해도 시원찮은 국회에서 국회의장명의로 전 상임위를 두고 3~4명의 우수의원을 추천하여 표창평가를 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미 10개 이상의 상임위는 자체적으로 여야의원 한 두명으로 나누어 추천을 완료하였고, 어떤 상임위에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지 알 수 없다면서 평가의 지침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농해수위에서는 논의를 한 결과, 간사는 사실 아무런 득이 없이 고생만 하는 데, 간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의원을 추천하라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간사의 의견 제시가 있었다. 그래서 각 당의 간사와 위원장을 추천하자는 말도 있었다. 결국 우수의원 평가라는 것에 대하여 농해수위의 모든 의원은 정말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 우수의원이다. 따라서 누구를 우열을 가려서 우수의원으로 추천할 수 없기 때문에 우수의원 추천에 대하여 반대하고 앞으로 국회의장이 그런 평가를 요청하지 못하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자신이 왕이 되려면 아내를 왕비로 대접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자신의 품격은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한다. 국회의원은 누구를 의식하여 의정활동을 하여서는 안된다. 멀리 국가의 이익을 보고 사심없이 공정하게 활동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의 활동을 평가하고 성적을 매겨서 표창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 의원도 인간인 만치 그 결과에 연연하여 평가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활동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는 공익을 우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수의원 평가는 결국 국회의원의 등수 매기기의 한 형태이다. 이것은 국회의원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포퓰리즘이다. 적어도 국회에서만은 동료의원들을 서로 평가하여 등수를 매기는 일을 삼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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