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기념관사업 찬밥신세

    기고 / 시민일보 / 2006-01-10 19: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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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준(한나라당 의원)
    {ILINK:1}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기록은 바로 그 나라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기념관을 건립하게 된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데서 비롯되었으며 의회에서 합의한 경우 대통령 기념관의 건립과 운영을 모두 국고에서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운영만은 국가에서 맡아서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대통령 기념관이라면 김대중 도서관 하나가 될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추진되어 16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 가지 않아 2002년 1월 착공됐다가 6개월 만에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다.
    기념사업회는 2004년 11월 전체 사업규모를 215억원으로 축소, 조정한 사업 변경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노무현정부는 이전의 여야합의를 잊어버린 채 “사업변경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내용이 다른 새 사업”이라며 승인을 거부했다.
    노무현정부는 당초 사업회가 기부금 500억원을 모금하면 3년간 총 208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기부금이 103억원만 모였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했다.
    이후 기념사업회는 보조금 지급 거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현 정부의 부정적 평가와 관련이 있다며 반발해 소송을 냈고 결국 법정에서 최근 결론이 났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30일 사업회가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정부의 결정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었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행정자치부는 기념관 건립 공사 중단 등 사업 추진 부진을 이유로 보조금 지원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사업 추진이 부진했던 것은 원고의 거듭된 보조금 집행 승인 신청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피고가 이를 거부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서 “설령 취소사유가 생겼다 해도 보조금 교부 결정의 내용 변경 혹은 일부 취소만으로도 정부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데도 보조금 교부 자체를 중단해 원고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소송으로 가기 전에 문제가 해결됐어야 하지 않을까? 박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었다고 여야합의로 결정된 기념사업 지원까지 중단할 필요가 있을까?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무현정부는 박정희기념관사업에 대한 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해 4월12일 국무회의를 열어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추진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2005년 20억원, 2006년 25억원, 2007년 15억원 등 총 6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만일 박정희기념관건립사업이 김대중기념사업이라면 모금액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조금 결정을 취소할 수 있었을지 반문하고 싶다. 왜 같은 성질의 2가지 사업을 차별하는가?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이 이렇게 눈칫밥을 먹는 서자취급을 받아야 되는가? 기념사업도 코드가 맞아야 되는가?
    기념사업회의 사업추진 부진과 기부금모집 미달은 정부가 공사대금 지급을 제때 승인해 주지 않아 시공사가 공사를 포기함에 따라 공사의 진척이 없었고 기부금도 걷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부이지 기념회가 아닌 것이다.
    또한 전부취소라는 극단적인 방법보다 다른 완화된 방법들을 사용함으로써 사업 중단을 막고 정부의 신뢰성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보조금 지급 결정을 취소한 이유가 무엇일까?
    노무현정부의 지지층이 박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기 때문에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과거사 정리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정부가 과거사 규명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는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말에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금년도 예산만 114억이고 사료관 건립과 각종 기념사업까지 합하면 1000억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시절 박정희 기념관 건립 사업에 대한 국고 보조 예산 집행 문제에 관한 보고를 받고 “특정인을 기리는 기념관은 그 인물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모금해서 건립하는게 순리” 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노무현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과거만을 기록하고 정리하려고 하는가?
    모택동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은 중국 역사를 30년 이상 후퇴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등소평은 문화대혁명의 주역이었던 모택동을 매도하지 않고 過보다 功을 더 인정하는 쪽으로 역사를 정리했다. 그래서 자신 스스로도 역사의 위대한 인물로 기록될 수 있었다.
    대통령 기념관은 한 시대의 영광과 오욕을 모두 기록해 후대에 귀감을 삼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과거사 중의 일부만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고 평가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행위까지 후일 국민과 역사의 엄정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
    (이 글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있는 한나라칼럼에 게재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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