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K:1} 2006년 WBC 야구대회에서 우리 국가대표선수들이 4강 진출이라는 예상 외의 좋은 성적을 거두자 정부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주는 특혜를 베풀었다. 우리 선수들이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 기왕에 월드컵 축구선수들에게 특전을 준 전례가 있어 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탓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도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선수들의 활약은 감동스러웠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문제가 한층 복잡해졌다. 각계의 병역특례 확대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되어 있는 병역특례 요구 대상자는 체육분야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 과학올림픽 입상자, e-스포츠 스타, 한류스타 등 17개 분야 2만5000여명에 달한다. 똑같이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기쁨을 주었으니 똑같은 보상을 하는 게 사리에 맞다는 주장이다. 아니 오히려 축구나 야구는 선수들의 연봉 자체가 고액이려니와 성적에 따른 포상금도 크기 때문에 보상을 한다면 이들 비인기종목이나 신규종목에 대한 보상이 더욱 커야 한다는 논리다. 축구, 야구와 같은 인기종목에만 병역특례를 주고 비인기종목이나 신규종목을 배제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병역특례 확대 요구를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러저러한 병역특례 요구들을 다 수용한다면 자칫 극소수 엘리트의 특권의식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국민개병제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다른 특기를 보유하지 못해 군에 복무해야만 하는 대다수 ‘보통’ 국민들의 열패감을 씻을 수 없고, 그렇게 열패감으로 가득찬 군인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하기란 애시당초 글렀기 때문이다. 그런 군대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차제에 병역특례의 원칙과 기준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슨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둘 때마다 병역특례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병역특례의 원칙과 기준을 재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병역의무 이행의 전 국민적 형평성이다. 우리 나라는 국민개병제 원칙에 따른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들이 예외없이 병역의무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군 복무를 신성하고 명예로운 일로 인식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하며, 군대 안에서도 다양한 특기의 개발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가장 신성하고 명예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마지못해 군대에 끌려간다는 사고가 아직도 남아 있다. 각 방면의 우수한 특기자들에게 정부와 사회지도층이 나서서 병역을 면제해 주려는 것은 바로 그런 왜곡된 사회적 인식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거나 그런 인식을 조장하는 불법적 선동에 다름 아니다.
지난 1999년 ‘공직자등의병역사항신고및공개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공직에 나선 모든 이들이 자신뿐 아니라 직계존비속의 병역사항을 낱낱이 신고하고 공개하도록 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역기피 풍조를 청산하고 사회지도층이 병역의무 이행에 솔선수범케 하며 더 나아가서는 군 복무를 명예로운 일로 인식케 하려는 것이었다.
이제 이 제도가 정착되어 병역을 부당한 방법으로 기피한 이들은 공무원에 선출되거나 임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역특례를 확대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공군이 e-스포츠 선수들을 전산요원으로 복무시키고 대회 참가를 배려해 주기로 한 것은 특기의 개발과 활용을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하겠다. 일반 병사들의 자기계발 기회를 늘리는 만큼 선수들도 특기를 살릴 기회를 넓혀 주어야 한다. 군대 안에서도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는 만큼 병역특례가 보상의 수단으로 거론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군의 사명과 임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사훈련을 하고 전투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지 장병들의 특기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있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또 다종다양한 분야와 종목의 특기자들을 받아들여 저들이 지속적으로 계발해 나가도록 하는 데에는 엄청나게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하지만 예외없는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국민적 통합효과를 감안한다면 적극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준 우리 선수들은 크게 치하받아야 하며 또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주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보상은 훈장이나 포장, 또 적절한 상금에 그쳐야 한다. 보상이 병역특례로까지 이어져 자칫 군역과 군정이 문란해진다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정(三政)’의 문란으로 쇠락의 길을 걸은 조선 왕조의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전정(田政)’과 ‘환곡(還穀)’에 얽힌 부정·부패에 더해 부당한 ‘군정(軍政)’으로 민심이 돌아서 끝내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4월6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문제가 한층 복잡해졌다. 각계의 병역특례 확대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되어 있는 병역특례 요구 대상자는 체육분야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 과학올림픽 입상자, e-스포츠 스타, 한류스타 등 17개 분야 2만5000여명에 달한다. 똑같이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기쁨을 주었으니 똑같은 보상을 하는 게 사리에 맞다는 주장이다. 아니 오히려 축구나 야구는 선수들의 연봉 자체가 고액이려니와 성적에 따른 포상금도 크기 때문에 보상을 한다면 이들 비인기종목이나 신규종목에 대한 보상이 더욱 커야 한다는 논리다. 축구, 야구와 같은 인기종목에만 병역특례를 주고 비인기종목이나 신규종목을 배제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병역특례 확대 요구를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러저러한 병역특례 요구들을 다 수용한다면 자칫 극소수 엘리트의 특권의식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국민개병제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다른 특기를 보유하지 못해 군에 복무해야만 하는 대다수 ‘보통’ 국민들의 열패감을 씻을 수 없고, 그렇게 열패감으로 가득찬 군인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하기란 애시당초 글렀기 때문이다. 그런 군대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차제에 병역특례의 원칙과 기준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무슨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둘 때마다 병역특례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병역특례의 원칙과 기준을 재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병역의무 이행의 전 국민적 형평성이다. 우리 나라는 국민개병제 원칙에 따른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들이 예외없이 병역의무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군 복무를 신성하고 명예로운 일로 인식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하며, 군대 안에서도 다양한 특기의 개발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가장 신성하고 명예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마지못해 군대에 끌려간다는 사고가 아직도 남아 있다. 각 방면의 우수한 특기자들에게 정부와 사회지도층이 나서서 병역을 면제해 주려는 것은 바로 그런 왜곡된 사회적 인식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거나 그런 인식을 조장하는 불법적 선동에 다름 아니다.
지난 1999년 ‘공직자등의병역사항신고및공개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공직에 나선 모든 이들이 자신뿐 아니라 직계존비속의 병역사항을 낱낱이 신고하고 공개하도록 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역기피 풍조를 청산하고 사회지도층이 병역의무 이행에 솔선수범케 하며 더 나아가서는 군 복무를 명예로운 일로 인식케 하려는 것이었다.
이제 이 제도가 정착되어 병역을 부당한 방법으로 기피한 이들은 공무원에 선출되거나 임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역특례를 확대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공군이 e-스포츠 선수들을 전산요원으로 복무시키고 대회 참가를 배려해 주기로 한 것은 특기의 개발과 활용을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하겠다. 일반 병사들의 자기계발 기회를 늘리는 만큼 선수들도 특기를 살릴 기회를 넓혀 주어야 한다. 군대 안에서도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는 만큼 병역특례가 보상의 수단으로 거론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군의 사명과 임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사훈련을 하고 전투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지 장병들의 특기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있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또 다종다양한 분야와 종목의 특기자들을 받아들여 저들이 지속적으로 계발해 나가도록 하는 데에는 엄청나게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하지만 예외없는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국민적 통합효과를 감안한다면 적극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준 우리 선수들은 크게 치하받아야 하며 또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주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보상은 훈장이나 포장, 또 적절한 상금에 그쳐야 한다. 보상이 병역특례로까지 이어져 자칫 군역과 군정이 문란해진다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정(三政)’의 문란으로 쇠락의 길을 걸은 조선 왕조의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전정(田政)’과 ‘환곡(還穀)’에 얽힌 부정·부패에 더해 부당한 ‘군정(軍政)’으로 민심이 돌아서 끝내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4월6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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