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억거리는 아파트와 월급쟁이

    칼럼 / 시민일보 / 2006-11-29 16: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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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명 주(한나라당 의원)
    서울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작년 정부에서 8.31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안정을 호언했었다. 그러나 안정은 커녕 집값폭등으로 피식피식 웃기만 잘하던 건교부장관이 물러나고 정부에서는 11.15 부동산대책을 또 다시 내놓는 웃지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서울 아파트 값이 억억거리며 몇 년 사이 몇 억원이 올라가는 사이 월급쟁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바보가 되거나 자신의 무능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통계에 의하면 도시근로자의 평균 월가처분소득이 292만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 강남의 평당 가격이 평균 2951만원 정도라고 한다. 월가처분소득 10번을 모아야 서울 강남 아파트 한 평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평균적인 월급쟁이가 강남의 30평 아파트를 살려고 한다면 월가처분소득을 300번을 모아야 하고, 이것은 25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월급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반만 쓰고 나머지를 모두 주택구입비로 사용한다면 50년이 걸리는 셈이다.

    분명 이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이지고 있을까?

    그 원인은 간단하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요측면에서는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풀려나간 자금들이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에 대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요가 발생하였다. 이에 비해 공급은 아파트 재개발 혹은 용적률 제한 등으로 제한돼 있으니 시장 메카니즘상 가격 상승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방식에 의한 문제해결은 수요를 줄이고 공급을 늘여야 할 것인데, 수요를 줄이기 위하여 금리를 인상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일 수도 있고, 공급을 늘리기 위하여 신도시 등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현재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주택을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사용의 개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사는 집에 관하여 광풍과 같은 회오리가 일어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내 집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일생 동안 굳이 내 소유의 집이 아니라도 우리의 수입 안에서 편안히 살 수 있는 주택이 있고 또 우리 후세들도 그럴 수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 특히 월급으로 먹고 사는 많은 국민들은 자신의 모든 인생을 저당 잡혀가며 집을 사기 위하여 혈안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홍준표 의원이 제안한 바 있는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안’은 대지는 임차하고 건물은 소유하는 제도로서, 우리가 진지하게 검토해 보아야만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제도는 부동산시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인 대지는 소유가 아닌 사용으로 전면적으로 개념전환하고 건물만 소유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여러나라에서 이미 시행되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이다.

    이제 우리는 주택을 시장 안에서 구매해야만 하는 상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빌려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억억거리는 아파트 앞에서 초라해진 월급쟁이들의 꿈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은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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