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칼럼 / 시민일보 / 2007-03-01 19: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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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광 원(열린우리당 의원)
    어느덧 현관문 사이로 느껴지는 기운이 한결 포근해졌음을 느낀다. 힘들고 복잡한 세상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봄은 또 그렇게 우리 앞에 와있다. 지구의 기상이변 현상으로 인해 따뜻한 날이 많았던 올 겨울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제주도를 온통 노란빛깔로 물들인 유채꽃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조금 편안해진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 봄의 길목에 들어섰지만, 봄바람의 따뜻한 온기와 포근함을 느끼기에는 아직 내 몸과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우리당. 우리에게 희망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는 것인가?

    대통령이 탈당을 선언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탈당한다 안한다 말도 많았고, 많은 사람이 바라고 원하던 바이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대통령과 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서 짜고 치는 듯한 이런 모습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대통령의 결단은 훨씬 이전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실패한 대통령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따지고 보면 지난 4년간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또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양극화 현상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모두 대통령의 탓인지 명확하게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어찌 보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권력의 단 맛을 누리고 있는 소위 대통령의 사람들로 불리 우는 이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던 이들이 한나라당을 99% 집권시켜주기 위하여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이들을 단호한 잣대로 심판하지 않은데 있다.

    ‘정치란 신하를 잘 선임하는데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이 새삼 떠오른다.

    앞으로 1년.

    우리는 또 다른 모습의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엔 침체된 우리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너무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영호남 지역대결구도의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였으면 좋겠다.

    이번에 경상도와 전라도에 지역적 기반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진정한 지역주의 타파가 완성되는 것이다.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차갑게 만들었던 겨울이 지나고 있다. 계절은 바뀌었지만 우리는 얼어붙은 겨울 그 한복판에 남아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지역주민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반성과 회한이 섞인 한숨만 늘어간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2008년의 봄을 맞이하게 될까? 신동엽 시인이 말한 대로 우리가 딛고 있는 아름다운 농토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봄기운을 맞이할 수 있을까? 부디 그해 봄은 그가 노래한 것처럼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이 눈 녹듯 흐물흐물 녹아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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